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Gaza) 지역을 공습하고 있는 이스라엘군(IDF)의 대변인 히다이 질베르만 준장은 19일 “이번 작전을 통해, 우리는 모하메드 다이프를 암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이프(55)는 팔레스타인의 최대 이슬람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이제딘 알-카삼 여단’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20일 “지난 10일간의 이스라엘군 작전에서 두 번이상 다이프를 노렸지만, 다이프는 다치지 않고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다이프 암살 시도’를 확인한 것도 “다이프도 이를 알 것이기 때문”이었다.

촬영 시기를 알 수 없는 하마스 군지휘관 모하메드 다이프의 사진. 그는 지난 25년간 이스라엘군의 '암살목록 1호'였다.

◇별명은 ”목숨이 9개인 고양이”

지난 25년간 다이프는 이스라엘 군의 ‘살해 목록’ 제1호였다. 이스라엘 군은 매복과 가옥 파괴, 차량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 지금까지 8번 이상 그의 암살을 시도했다. 다이프는 처음엔 한쪽 눈을 잃었고(2002년), 그 다음엔 두 다리와 팔을 잃었다(2006년). 청력도 잃었다. 2014년 8월 이스라엘 전투기가 그의 안전 가옥에 폭탄 다섯 발을 떨어뜨렸을 때에는 그의 아내 중 한 명인 위다드(28세)와 신생아 아들, 세 살짜리 딸을 잃었다. 집은 완전히 잔해더미가 됐다. 그러나 다이프는 살아남았다. 이때 이스라엘 군이 붙인 별명이 여간 해선 죽지 않는다고 해서 ‘목숨이 9개인 고양이(cat with nine lives)’였다.

2014년 8월 이스라엘 전투기의 가자(Gaza) 지구 폭격으로, 폭삭 주저앉은 지다이프의 은신처. 이 폭격으로 아내 중 한 명과 신생아 아들, 세살난 딸을 잃었지만, 다이프는 살아남았다./AFP 자료사진

당연히 ‘장벽의 수호자(the Guardian of the Walls)’라고 명명한 이스라엘 군의 이번 가자 작전에서도 다이프 살해는 주요 목표다. 이스라엘 군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인 텔아비브에 하마스가 130발의 로켓을 쏜 것도 다이프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본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겐 “전설 같은 영웅”

2014년 8월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다이프에 대해 “지하 터널에서 휠체어 생활을 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휘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진짜 이름을 모른다. 연극 배우 출신인 다이프는 “매우 조용하고, 하마스의 정치지도자들과는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여러 개의 신분증을 갖고 있다”며 “주위 사람들도 극히 제한해, 암살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휘와 주변과의 연락은 종이쪽지로 하며, 이스라엘 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자기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연극배우 출신으로 변장에 능해, 바로 군중 속으로 섞여 사라진다.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은 다이프의 전략적 용감함과 ‘질긴 목숨’을 들어, “전설 같은 인물” “롤 모델” “조국을 지킨다”고 추앙하며 영웅으로 대접한다. 하마스의 가자 지구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보다도 인기가 높다.

◇이스라엘 내 수 많은 버스폭탄 테러와 납치 주모

가자의 칸 유니스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다이프는 이미 1990년대 중반 많은 이스라엘 민간인 피해를 초래한 버스 폭탄테러와 자살폭탄테러를 지휘했다. 2014년 한 해에만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를 가르는 장벽 밑으로 터널을 파고 하마스 대원들을 침투시켜 이스라엘 병사 63명과 민간인 3명을 살해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마스의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카삼 여단’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키운 것도 다이프”라고 보도했다. 그는 이스라엘 해안으로 팔레스타인 특공대를 침투시키기도 했다. 과거에 그와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은 언론에 “다이프는 정치지도자와 같은 야심은 없으며, 오로지 ‘이스라엘 점령’을 무장 공격으로 뒤엎는 것만 관심”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