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계 최초로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달러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인류를 위한 진보(leap forward)”라고 했다. 기존 엘살바도르는 자국 화폐 없이 미국 달러화를 국가적으로 사용해 왔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관련 전문 인터뷰어 피터 맥코맥과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며 비트코인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드러냈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앞서 지난 9일 대통령 제안을 받아들여 비트코인을 공식 통화로 채택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일자리와 경제 발전을 안겨줄 것”이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우리는 달러화 발행과 그 신규 달러가 초래하는 인플레이션에 조금은 덜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WBG)이 엘살바도르의 기술지원 요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서 부켈레 대통령은 “세계은행의 자문이나 기술지원이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아주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현지에도 인재가 넘친다”고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정책 추진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큰 위험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아마 우리에게 화내는 사람들이 생기겠지만 그들은 지금껏 우리를 친절히 대하지 않았는데,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왜 안 되겠느냐”고 했다.

또 부켈레 대통령은 “국토에 있는 화산으로부터 지열 에너지를 끌어와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자는 제안에 여러 정당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최근 95MW 전력을 제공할 지열정(地熱井)을 발견했는데, 아주 크지는 않지만 상당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트코인 채굴 공장은 4억8000달러(5455억원)를 들여 건설될 것”이라며 “학교에서부터 다리까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돈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은행은 비트코인은 채굴이 투명하지 않고, 채굴 과정에서 지나치게 전력이 소모된다는 이유로 엘살바도르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세계통화기금(IMF)도 대변인을 통해 “가상자산은 중대한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다”며 “효율적인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법정화폐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국가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엘살바도르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해외 노동자들이 국내로 송금하는 돈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달러화의 고질적인 인플레이션과 10%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가 걸림돌이었다. 비트코인 도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는 게 부켈레 대통령을 비롯한 엘살바도르 정치권의 생각이다.

엘살바도르 뒤를 이어 파라과이나 탄자니아 등 중남미·아프리카 국가들도 ‘법정화폐 비트코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