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국으로부터 약탈 유물 1만7000점을 돌려받았다고 AP 통신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라크가 외국에서 돌려받은 유물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번 반환 유물은 인류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현 이라크 영토) 유물이 대부분이다. 미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3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희귀 점토판 ‘길가메시의 꿈’도 곧 이라크로 반환될 예정이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반환 유물 일부를 공개했다. 약탈 유물은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무스타파 알카디미 이라크 총리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라크 정부는 약탈 유물을 돌려받기 위해 주미 이라크 대사관과 협조해 관계 당국과 수개월간 긴밀하게 접촉했다고 밝혔다. 하산 나뎀 이라크 문화부 장관은 “어려운 시기에 이라크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요 유물은 향후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돌아온 유물 대부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잃어버린 도시’ 이라사그리그의 유물로 알려졌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정부군이 이라크 남부에 대한 통제권을 잃으면서 많은 유물이 발굴·약탈당해 해외로 불법 반출됐다. 메소포타미아 일부인 이라크 남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일대에는 발굴되지 않은 수천 곳의 유적지가 있다.
한편, 전 세계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는 ‘길가메시의 꿈’도 몇 주 안에 이라크로 돌아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가로 15.2㎝, 세로 12.7㎝인 이 점토판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가 새겨져 있고,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와 에덴동산을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길가메시의 꿈은 2003년 미국 골동품 중개인이 영국 런던에서 구매해 몰래 미국에 반입했고, 2014년 미 미술품 및 공예품 회사 하비로비가 사들여 전시해왔다. 지난달 27일 미 연방법원은 하비로비가 길가메시의 꿈을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했다며 압수한 뒤 이라크에 돌려주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