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집트가 1979년 평화 협정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이집트 국기가 그려진 이집트 국적기가 이스라엘 공항에 정식으로 취항했다.
3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국적 항공사 이집트에어 소속 여객기가 이날 오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의 벤구리온공항에 착륙했다. 이날 비행을 시작으로 이집트에어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텔아비브를 잇는 정기 직항 노선을 일주일에 4회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어의 텔아비브 취항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이집트를 방문한 지 2주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 총리의 이집트 방문은 10년 만이었다. 주이집트 이스라엘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양국을 잇는 직항 노선은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데 반길 만한 신호이며 무엇보다 경제 협력을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한 이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와 1970년대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전쟁(1~4차 중동전쟁)을 벌였다.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불리는 평화 협정을 맺은 이후 무력 충돌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냉랭해 정기 직항 노선 개설은 논의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 이집트에어가 에어시나이라는 자회사를 만든 뒤 이집트 국기를 그리지 않은 여객기를 잠깐 취항시킨 적은 있었다. 양국 국민들 간 적대감이 커서 국기를 지운 것이다.
직항 노선 개설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 건 작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중재로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맺은 것이 계기였다. 아브라함 협정은 미국이 다리를 놓아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 등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모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여기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했다. 아브라함 협정 이후 아랍권 국가에서 이스라엘로의 여객기 노선이 잇따라 개설됐다. 지난주 바레인이 텔아비브 직항 노선을 개설했고, 앞서 작년 11월 아랍에미리트도 텔아비브를 오가는 노선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