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케냐에서 9일 오전 6시(현지 시각) 대선 투표가 시작됐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투표율은 마감 약 한 시간 전 56%를 기록했다. 현재 일부 지역 투표소의 개표가 시작한 상태다.
케냐 제5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라일라 오딩가(77) 전 총리와 윌리엄 루토(56) 현 부통령의 이파전으로 좁혀졌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선 오딩가 전 총리가 약 47%의 지지율로 루토 현 부통령에 6~8%p(포인트) 앞섰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중국 이슈’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가 승부처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로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일환으로 30억 달러(약 3조9000억원)의 차관을 들여 지난 2017년 완공했던 나이로비-몸바사 간 철도 문제가 쟁점이 됐다.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은 이 철도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케냐를 중진국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최근 들어 과중한 상환 부담과 운영 적자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케냐 정부는 차입금 상환이 시작된 2019년부터 세금 인상과 긴축 재정을 감행했다. 철도 사용량을 늘리려 수입품을 도로가 아닌 철도로만 운송하도록 강제하면서 트럭 운전사 및 화물업 종사자 약 8000명의 실직 사태를 낳기도 했다.
케냐 국민 대부분은 이에 대해 “정부가 중국에 너무 많은 돈을 빌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딩가 후보는 “중국과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고, 철도 운영 방식을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루토 후보는 재협상 대신 “중국과의 계약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시작 단계부터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부통령인 그를 두고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한 정부의 일원이었던 루토 후보가 자신은 무관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뉴욕타임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이슈와 더불어 식료품 및 연료비 등에서의 물가 상승 문제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현지 정치분석가 가브리엘 무투마는 “경제가 이번 선거의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했다. 오딩가 후보는 “빈곤층에 매달 6000실링(약 50달러)을 지원하고, 두 자리 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루토 후보는 “취임 후 100일 동안 물가를 낮추는 데 전념하고 농업 분야에서의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케냐에서 첫 여성 부통령이 탄생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딩가 후보는 부통령 후보로 마사 카루아 전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그가 당선될 경우 케냐의 첫 여성 부통령이 된다. 카루아 부통령 후보는 “부패 공무원, 정치인들에게서 부정 이득을 환수해 최빈곤층에 매달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선 투표 결과는 이번 주 내로 발표될 예정이다. 1위 후보 득표율이 과반이 아닐 경우, 30일 이내 1·2위가 맞붙는 결선 투표가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