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지 1년 만에 800억원 이상의 정부 재정 손실을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드는 것이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결과는 정반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 9월 7일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을 강행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약 4만7000달러(약 6500만원)였다. 하지만 현재는 1만9312달러(약 2700만원)로 1년 만에 가격이 60% 떨어졌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가치 하락세에도 지난 1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 매수를 강행해 정부 투자 손실을 키웠다. 엘살바도르는 현재 6120만달러(약 846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초 ‘비트코인 도시’를 건설하겠다던 정부 계획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도시 건설 진행 상황 등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도시 건설을 위해 발행한다고 했던 비트코인 국채는 암호 화폐 가치 폭락으로 연기돼 (도시 건설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 국민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는 “엘살바도르 국민 중 20%만이 ‘치보(chivo·비트코인 지갑)’를 이용 중”이라며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신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국내 사업체들에 거래 시 비트코인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실제로 국민들이 찾는 식당이나 마트 등에선 아직 달러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 경제 전망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유엔(UN) 중남미경제위원회는 올 초 3.8%였던 엘살바도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3.0%, 지난달 2.5%로 재조정했다. 파나마(7%)·과테말라(4%)·온두라스(3.8%) 등 중미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엘살바도르 국가 재정 적자는 GDP(국내총생산) 5%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