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가 지난 8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등 3부 기관에 난입한 사태 직후, 브라질 정부는 관련자 수사를 확대하며 질서를 신속히 회복해나가고 있다. 9일 당국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수백만명을 동원해 각 지역 공공기관 등 주요 거점을 습격, 사실상 쿠데타로 정부를 전복시킨다는 구상이었으나 추가 소요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이날 각 대도시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 집회가 이어졌다.
브라질 3부 요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상·하원의장, 대법원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전날 테러 범죄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법에 따른 후속 조처에 힘을 모아 관련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며 “조국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사회 평온 유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법무부는 이날까지 최소 1200여 명의 시위 가담자를 구금해 심문을 시작했고, 이 중 1000명을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전국에서 타고 온 버스 대절비와 각종 물품의 출처 등을 조사해 주동자부터 배후 세력까지 철저히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또 대선 후 지금까지 시위대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주요 군부대 앞 ‘애국 캠프’ 텐트촌을 본격적으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체류 중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시위 배후로 지목되자 이날 낮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올랜도 외곽의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보우소나루의 부인은 “2018년 대선 유세 때 흉기 테러를 당한 뒤부터 계속 아팠다”고 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보우소나루를 미국 땅에서 추방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브라질 정부로부터 미국 내 그의 지위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지 않았으나, (신병 인도) 요청이 있다면 진지하게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북미 3국 정상회의 참석 차 멕시코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전화해 “브라질 국민의 자유 의지와 민주주의에 대해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며 향후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바이든이 다음 달 초 방미를 요청하자 룰라가 이를 수용했다고 양측은 밝혔다.
한편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는 이번 브라질 폭력 사태 이전부터 ‘대선 부정’을 주장하는 가짜 뉴스와 폭력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제재 없이 유통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일자 이날 관련 동영상 등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