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1월1일 3기 대통령 취임 후 첫 외교 일정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 23일(현지시각)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통령궁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중남미 주요 7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선 '신 핑크타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정상이 남미 공동 통화 ‘수르(Sur·스페인어로 남쪽)’ 창설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이 교류를 막는 장벽을 극복하고, 규제를 간소화·현대화해 지역 화폐 사용을 장려하고자 한다”며 “금융과 상업 교역에 사용할 남미 공동 통화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 통화 개발은 양국 교역의 주요 통화 수단으로 사용해온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향후 파라과이와 우루과이까지 포함하는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 공동 시장) 블록을 강화해야 한다고 두 정상은 말했다. 2000년대 1·2기 집권 당시 브라질 경제성장 향수를 발판으로 3기 집권에 성공한 룰라는 남미의 다른 좌파 정부들과 정치·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여러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공동 통화 창설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95%를 기록하는 등 민생이 파탄 나고 달러로 표시된 국가 채무가 막대한 상태이며, 브라질도 빈곤율이 치솟고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라 국제적으로 통용될 공동 통화 창설이나 확대는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재무장관도 “양국 교역에 공동 통화를 사용해보자는 구상일 뿐 구체적 로드맵은 없다”며 “양국의 화폐를 대체할 새 통화를 만들려는 계획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