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 시각)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로 미국 월가(街) 은행의 임원 출신 여성 하피즈 가예 에르칸(44)을 임명했다고 11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무부 장관에 이어 중앙은행 총재까지 시장친화적 인물을 발탁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 ‘역주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튀르키예의 경제 정책이 정상화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새로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는 영국 런던 메릴린치에서 근무하던 투자은행 출신이다.
에르칸 신임 총재는 이스탄불 출생으로 튀르키예 보가지시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고급 경영자 프로그램(AMF)을 이수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금융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며 시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1년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공동 CEO를 맡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 임명은 지난달 28일 치러진 선거 승리로 대통령으로서의 세 번째 임기를 맞이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각 과정에서 이뤄졌다. 앞서 지난 3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함께 기존 내각 구성원 17명 중 15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그간 튀르키예는 치솟는 물가에도 저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는 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저금리를 고수해왔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중앙은행 총재를 지난 4년간 세 번이나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85%에 달할 만큼 살인적인 고물가에 시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