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X(옛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선,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해 흰 천에 싸였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신 중에서 일부가 몸을 움직이고 심지어 코를 긁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돌았다.

“알 자지라 방송의 사전 촬영 준비”라는 제목이 달린 이 영상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공군의 보복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팔레스타인인 시신들이 흰 천에 덮여 바닥에 놓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중 몇몇 시신은 흰 천 속에서 몸을 뒤척이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도 한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해 흰 천에 싸였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신 중에서 일부가 몸을 움직이고 심지어 코를 긁는다./ X(옛 트위터)

그러자 이 영상은 이스라엘군의 잔혹한 민간인 살해를 과장하려고 아랍권 TV인 알 자지라 방송이 미리 찍은 ‘조작된 영상’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순식간에 중국ㆍ이탈리아ㆍ인도 등 전세계로 퍼졌다.

네티즌들은 “잔인하게 살해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만히 누워 있을 정도의 참을성도 없는 모양”(독일), “법과정의당(PiSㆍ폴란드 집권당) 같은 하마스가 꾸며낸 영상”(폴란드) “TV 촬영 중이라는 것을 잊었냐”고 조롱했고, 한 네티즌은 “이거 영화 촬영인가? 아니면 뭔가 사악한 짓을 벌이는 거냐? 누가 설명 좀 해달라”고 했다.

사실 이 영상은 2018년부터 이스라엘ㆍ하마스 간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팔레스타인의 거짓말’이란 이름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5월 16일에 X에서 한 이스라엘 네티즌은 “아무리 숨진 팔레스타인 순교자라도, 코는 계속 가려운 모양”이라고 썼다.

그러나 진실은, 이 영상은 애초부터 모의 시신으로 기획된 이집트의 한 대학교 정치 이벤트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군 공습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 시신들도 아니고, ‘알 자지라 TV 방영’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짜 뉴스다. 이스라엘군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가짜 영상도 아니고, 사진 설명이 잘못된 것이다.

2013년 10월 이집트 카이로의 알 아즈하 대학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에 소속한 학생들은 그해 7월 이집트 군부에 축출된 이집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의 억압 정치를 비판하는 행사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 학생은 총장실 앞 도로를 점거하고, 무르시 대통령 시절에 살해된 무슬림 형제단원들의 복권을 요구하며 이 모의 시신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는 당시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에도 보도했다. 처음부터 모의 시신 행사였고, 취지도 가자 주민의 무고한 희생 고발과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7일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이라는 사람이 시신을 담는 백(바디 백) 속에 앉아서 “기적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또 음모론이 돌았다. 이 사진에는 “죽은 사람이 문자 보내는 것 본 적 있느냐. 가자에선 뭐든지 가능한 모양”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번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에 희생됐다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시신을 담는 백에 앉아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라고, 이달 말 소셜미디어에서 돈 이미지. 그러나 사실 이 이미지는 작년 태국의 할로윈 의상 경연대회에서 나온 것이었다./X

하지만, 이 영상의 출처도 2022년 10월 태국에서 있었던 할로윈 의상 경연대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 영상은 이후 ‘문자 보내는 팔레스타인 희생자’라는 제목으로 이후 이스라엘ㆍ하마스 충돌이 있을 때마다 심심찮게 소셜미디어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과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