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부터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 있다. 아버지로 보이는 한 성인 남성이 얼굴이 재범벅이 된 채 어깨와 팔에 4명의 아이들을 업거나 안고, 오른손으로는 꼬마 아이의 조막손을 잡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 위를 걸어 나오는 이미지다.

이스라엘군의 반격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얼마나 희생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중의 하나로,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큰 반응을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 인스타그램에 ‘공격 받는 가자(Gaza_under_attack)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처음 게재된 이래, 페이스북에선 1만5000여 명이 댓글을 달았고, 8만5000여 명이 공유했다.

이 사진을 게재한 X의 한 트위터 계좌는 “이 이미지는 앞으로 수십년 간 서방이 맞게 될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아이들은 절대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을 것이며, 살아난다면 매우 분노하며 자라게 될 것이다”는 경고의 글을 달았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이 공유한 사진. 인공지능(AI)을 동원한 가짜 사진으로 판명났지만, 2일 현재 내리지 않고 있다./X 스크린샷

심지어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도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 X에 공유해 10만 명 이상이 조회하고 1200명이 슬픔과 분노를 표했다. 이런 사진은 특히 중동 아랍권과 전세계 이슬람권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긴다.

그러나 이 사진은 결론부터 말하면, 가짜다. 사진ㆍ전문가들은 “아마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됐을 디지털 조작”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굳이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도, 자세히 보면 상당히 조잡하게 합성된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아이들을 이끄는 성인 남성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보면 남성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는 초록색 옷 입은 여자 아이의 발이 보인다. 그런데 이 발은 남성의 상의 겨드랑이 부분을 ‘뚫고’ 나와, 비현실적이다. 또 여자 아이의 오른쪽 발가락은 남성이 왼손으로 안은 아기의 뚜렷한 발가락과 비교해 볼 때 뭉게져 있다. 비슷한 지점에 있는 두 발의 선명도가 다르다.

또 남성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의 두 발을 보면 왼발이 오른발의 방향에 비해 부자연스럽게 안쪽으로 꺾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현실적’인 것은 남성에게 매달린 세 아이의 ‘괴력’이다. 우선 남성의 목 주변에 안긴 두 아이는 자신의 팔로만 남성의 목 주변에 매달려야 한다. 남성은 한 손은 꼬마의 손을, 또 다른 손은 아기를 안고 있으므로, 자신의 목 주변에 매달린 두 아이의 하체를 받칠 팔이 추가로 없다. 심지어 사진 왼쪽의 아이는 보이지 않는 한 손으로만 남성의 목을 잡고 매달려야 한다.

남성의 머리를 움켜쥔 여자아이도 마찬가지다. 그의 하체는 어떠한 지지도 받지 못한 채, 두 손으로만 남성의 머리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이 사진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파괴 현장이라고 떠도는 이미지 중에는 시리아 내전에서 파괴된 건물이 가자 시티의 건물로 둔갑한 것도 적지 않다.

◇매년 전세계 분쟁지역의 어린이 희생자 수보다 커

그럼에도, 한 달이 채 안 된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반격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중에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일 가자 지구를 지배하는 무장 테러집단 하마스의 보건부가 밝힌 민간인 사망자는 8796명.이 중 41%에 달하는 3648명이 어린이였다. 아랍권 매체에선 또 1000여 명의 실종 어린이가 아직도 파괴된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이런 희생자 집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테러집단 하마스의 보건부이고,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외부 단체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기자 회견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하마스]이 진실을 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와 서방 언론은 가자 희생자 중에서 어린이 비율이 유독 높다는 것만은 인정한다.

지난달 29일 민간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TheChildren)’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주여 동안 가자에서 숨진 어린이는 최근 4년 동안 전세계의 다른 분쟁 지역에서 연간 희생된 어린이 보다도 많았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전세계 24개국의 분쟁 지역에서 숨진 어린이는 2985명이었다. 2021년에는 22개국의 분쟁 현장에서 2515명의 어린이가 희생됐다.

◇가자 인구의 근 30%가 9세 미만 어린이

왜 이렇게 많은 어린이가 희생되는 것일까. 이는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 인구 구성비와 지형, 이스라엘군 전술과 관계가 있다. 가자 지구에 사는 전체 220만~230만 팔레스타인 주민의 절반 가까이(47.3%)는 18세 이하 연령층이다. 또 9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28%에 달한다. 폭격과 열악한 보건 환경 등 외부 위협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연령층이 인구에서 가장 많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또 가자 지구는 평지 지형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 인구 밀도가 1㎢ 당 8000명가량이다. 서울의 1㎢당 인구밀도가 1만5600명이고, 부산은 5855명이다.

하마스는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병원, 학교, 이슬람 사원 밑에 땅굴을 파고, 이들을 ‘인간 방패’로 삼는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지하 사령부와 땅굴 군사시설을 파괴하려면,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의 무고한 희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