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 시각)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선 결선 투표 결과를 들은 후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투표에서 개표율 91.81% 기준 55.86%의 표를 얻어, 44.13%를 득표한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를 따돌렸다./로이터 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53) 하원의원(자유전진당 대표)은 2019년 아르헨티나 정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아웃사이더’이다. 극우 경제학자이자 라디오 DJ로서 퍼주기식 포퓰리즘이 판치는 아르헨티나 정치권에 특유의 ‘모두 까기’ 화법으로 쓴소리를 내뱉은 그를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낀 아르헨티나 국민이 정계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70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부터 특유의 폭발적인 성격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광인(狂人)’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밀레이 전기(傳記)를 집필한 후안 루이스 곤살레스는 “밀레이는 1980년대 부모의 학대와 학교 괴롭힘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광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외톨이”라고 묘사했다.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골키퍼로 활동하던 그는 19세 벨그라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 경제학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는 기초적인 경제학 상식으로는 당시 아르헨티나의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경제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벨그라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계 HSBC의 아르헨티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내기도 했다.

수많은 언론 인터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별도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페론주의 정권의 포퓰리즘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의 경제 철학과 정치 이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2019년 ‘자유지상당’을 창당했고 이듬해 밀레이는 명예총재 겸 대표로 추대됐다. 그는 복지 정책을 썰어버리겠다며 톱을 들고 유세장에 나타나거나, 아르헨티나 출신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을 “유혈 독재 공산주의자들과 친한, 더러운 좌파”라고 평가하는 등 과격한 언사로 독특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특유의 부스스한 장발로 록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나 영화 ‘엑스맨’의 울버린 같은 부드러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극우 성향과 화려한 언변, 기이한 행동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빗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기도 한다. 밀레이는 자유주의자를 자처한다. 가령 동성애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 했고, 트랜스젠더 관련 질문에 대해 “당신이 나에게 비용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미혼이지만 자식이 한 명 있다고 얘기한다. 실제로는 자식이 없고, ‘한 명의 자식’은 애완견 ‘코난’을 뜻한다. 코난은 2017년 죽었고 5만달러(약 6400만원)를 들여 머레이·밀턴·로버트·루카스 등 코난의 복제견 4마리를 만들었다. 복제견의 이름은 머레이 로스바드(1926~1995)·밀턴 프리드먼(1912~2006)·로버트 루카스(1937~2023)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이름이나 성을 딴 것이다. 밀레이에겐 개 4마리 외에는 측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매니저를 맡은 여동생이 미혼인 밀레이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