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밤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계획은 애초 훨씬 대규모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강력한 압력에 축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과 서방의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서, 보복 계획이 축소된 것은 4월13일에 있었던 320기에 달하는 이란의 미사일ㆍ드론 공격이 99% 좌절된 데다, 이스라엘 측 피해가 약했던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4월1일 자국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 공습에 대해 이란이 반격 의지를 보이자, 바로 그 다음 주부터 이에 대한 대응 작전을 수립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실제로 대규모 반격을 시도한 13~14일 밤 이틀 전인 12일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 인근을 비롯한 이란 곳곳에 대한 ‘대규모 보복 작전’을 전시 내각에 보고했다. 이 작전이 실행됐더라면, 이란으로서도 또다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국, 프랑스 외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확전을 피하라고 압력을 가했고, 결국 네타냐후는 이란의 체면을 너무 깎아내리지 않아 확전될 가능성은 낮추면서도, 동시에 이스라엘 군사력이 얼마나 정교하게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유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응책을 선택했다.

◇미사일 발사하면서, 드론 보내 이란 혼란시켜

이스라엘은 이란 영공에 전투기를 진입시키지 않고 이란 서쪽에서 수백 ㎞ 떨어진 곳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동시에 이란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 4개의 로터(rotor)가 달린 소형 공격 드론인 쿼드콥터 몇 기를 보내 이란의 방공시스템을 교란시켰다.

지난 수 년간 이란의 군 시설은 이런 쿼드콥터에 공격당했다. 그러나 이란은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해왔었고, 이는 이란이 정면 대응을 꺼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스라엘 국영 TV 칸이 이란의 S-300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보도한, 이스라엘제 램페이지 미사일/IAI

실제로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나탄즈 핵시설 인근의 러시아제 S-300 방공 시스템이 파괴된 뒤에도, 뉴욕의 유엔 회의에 참석한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를 과소 평가했다. 그는 미국 NBC 방송에 “지난 밤에 발생한 것은 공격도 아니었다(no attack). 이란에서 애들이 갖고 노는 수준의 쿼드콥터 2,3개가 날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 지지자들은 절망적으로 패배하고도 승리한 척하겠지만, 격추된 미리 드론은 어떠한 피해나 희생자도 초래하지 않았다. 이 드론은 이란 내부에서 발사됐고, 고작 수백 m를 날고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반격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관리 “미사일 명중하자, 다음 미사일은 공중 폭파시켰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발사한 미사일은 나탄즈 주변의 주요 S-300 방공 시스템을 강타했다. 전부 몇 기의 미사일이 발사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NYT에 “타깃을 강타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다음 미사일 한 기는 공중 폭파시켜 (이란 측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서방 고위 관리는 NYT에 이 미사일이 불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의도는 이란이 더 이상 반격하지 않게 유도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감쪽같이’ 제거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또 만일 이란이 추가 반격 시에는, 다음 타깃은 바로 이 방공 시스템이 보호하려는 핵 시설물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18~19일 밤 이스라엘 공습 전후의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주변의 S-300 방공 시스템 변화. BBC 방송은 민간 위성 엄브라의 합성개구레이더(SAR) 촬영 사진을 검토한 결과, S-300의 레이더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했다./Umbra SAR

◇2018년 실전 배치한 ‘램페이지’ 미사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영TV 칸(Kan)은 이번 반격에 동원된 미사일은 이스라엘 방산업체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이 주도해 제작, 2018년 실전 배치한 램페이지(Rampage)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이라고 보도했다. 칸 TV는 미사일 사진과 파괴 규모가 램페이지의 제원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램페이지는 IAI가 통신ㆍ지휘 센터, 공군 기지, 인프라 시설 파괴를 위해 만든 것으로, 길이 4.7m, 567㎏ 중량에, 시속 2011㎞의 초음속으로 난다. 사거리는 300㎞에 달하며,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방패’인 아이언돔(Iron Dome)으로도 포착과 요격이 어렵다고 한다.

◇이스라엘, 처음엔 이란이 탄도미사일 10기 정도로 반격 예상

4월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 건물 폭격으로 시작한 이 ‘연쇄 반응’에서 이스라엘도 오판(誤判)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사실상 이란 혁명수비대의 시리아 활동 지휘부로 쓰고 있는 이 영사관을 폭격해도, 이란이 반격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 정부에도 이미 공격이 시작한 상황에서, 타격 수 분 전에 통보했다.

그러나 이란은 흥분했고, 이스라엘은 반격을 준비해야 했다. 이스라엘은 처음엔 이란이 대규모 드론 떼와 함께 탄도 미사일 10기를 동원할 것으로 봤지만, 이후 정보 수집을 통해 예상 탄도 미사일의 수는 60기까지 확대됐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 측 피해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반격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또 드론 떼의 이스라엘 내 피해가 확인되기 전에, 드론 발사가 확인되자마자 즉시 대규모 반격하는 쪽으로 대응 방안이 좁혀졌다. 동시에 미 중부사령부, 영국ㆍ프랑스ㆍ요르단 군과 함께 이란 공격에 대한 방어책을 수립했다.

실제로, 이란은 한번에 120기의 탄도 미사일과 30기의 크루즈 미사일, 170기의 드론 등 최근의 각국 전쟁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대규모 공격을 했다.

◇동맹국들 “확전 가능성 없는 수준의 대응이라면…”

그러나 이스라엘 피해가 최소에 그쳤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에서 하마스 테러 집단을 소탕하는 와중에 전쟁의 초점을 이란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제기됐다.

이란의 대공습이 있었던 14일 이른 아침, 바이든은 네타냐후에게 성공적으로 방어했으므로 이건 추가 보복이 필요 없는 ‘승리’라고 압박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동맹국들에 ‘보복은 불가피하지만, 애초 계획보다 훨씬 절제된 방식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란을 공개 망신 주지는 않을 만한 계획 수립에 초점을 맞췄다. 동맹국들도 이스라엘에, ‘이란이 체면을 잃지 않는 수준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스라엘은 침묵, 이란은 “침입자들의 미니 드론”만 언급

이스라엘이 18~19일 밤 공격한 뒤, 이란은 이스라엘의 예상대로 반응했다. 미사일이나 이로 인한 피해는 언급하지 않고 “미니 드론”만 발표했다.

이란 매체들도 누가 공격했는지도 말하지 않고 “침입자들이 공격했고, 몇몇 폭발음은 방공 시스템이 3개의 드론을 파괴하면서 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이란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이 사건의 해외 출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떠한 외부 공격도 받지 않았고, ‘공격’보다 ‘침입’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 관리들도 대체로 이스라엘의 반격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일단 이란이 또다시 반격해 확전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