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헤즈볼라 무기들이 비축된 건물 내에 있다면,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거기서 떠나시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3일부터 시작한 레바논 남부에 대한 전면적인 공습에 앞서서, 이들 지역에 사는 레바논 주민들의 핸드폰으로 이런 아랍어 대피 문자 메시지와 녹음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사전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492명 이상의 레바논인이 사망하고 1640명 이상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발표했다. 이는 2006년 7월~8월 34일동안 전개된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레바논인 1100명 이상이 숨진 강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당시 레바논의 무정 정파 헤즈볼라는 국경을 넘는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병사 3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했고,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보복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어떻게 전면 공습에 앞서 수 시간 동안 레바논 남부 지역과 동부 베카 밸리 주민들의 핸드폰에만 대피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을까.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스라엘 정보 관리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통신 시스템을 완벽하게 해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침공에서도 계속 공습 대상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피하라”는 메시지를 핸드폰으로 보냈다. 이들 정보관리는 이 신문에 “이스라엘은 10년간 레바논과 가자의 통신 시스템을 완벽하게 해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통신 시스템이 이스라엘군의 수중 하에 있으니, 공습하려는 특정 지역에 위치한 이동통신 전화기에만 문자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이밖에 레바논의 몇몇 라디오 방송국들도 이스라엘군에 해킹돼, 이스라엘군의 대피 경고 방송을 틀었다.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이 레바논의 무고한 민간인 사상을 줄이려고 애쓴다는 ‘증거’로, 이런 해킹을 한다.

이 문자ㆍ녹음 메시지를 받은 레바논 남부 주민들이 즉각 학교로 달려가 아이들을 데리고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북쪽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도로는 극심한 정체에 빠졌다. 또 베이루트를 비롯한 북쪽 주요 도시의 학교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 대상이 된 남부와 동부 베카 밸리로부터 밀려드는 난민들을 수용할 대피소로 전환되고 있다.

23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하려는 레바논 피난민들의 차량 행렬로 북쪽의 수도 베이루트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AP 연합뉴스

그러나 사실 이런 경고 메시지는 민간인 사상자 수를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레바논 지부는 “민간인들이 무기 비축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해도, 그런 (이스라엘군의) 군사 타깃 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 합리적으로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가자 지구에선 이스라엘군이 1년 반 넘게 계속 ‘안전 지역’을 지정하고 그리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하마스 테러범들도 역시 그 ‘안전 지역’으로 피해 테러 공격을 지속해 결국 그곳마저 이스라엘군에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대피’ 메시지에는 ‘대피 지역’ 안내는 없다.

이스라엘군의 대피 메시지는 수도 베이루트의 경제부ㆍ정보통신부ㆍ문화부가 위치한 정부 청사 구역에도 전달됐다. 이런 ‘친절한’ 대피 메시지를 받아도 피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받는 측의 공포심만 키우는 ‘심리전’ 효과도 있다.

레바논 정부 관리들은 자국의 통신시스템 보안이 완전히 붕괴돼, 이스라엘군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통신부 장관은 “별로 고급 기술을 요하지 않는 기만적인 전자통신 방법이 시스템을 해킹하는 데 사용됐다”는 성명을 냈다. 마카리 장관도 핸드폰으로 이스라엘군의 대피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통신 시스템이 외부 공격에 취약하기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에 이스라엘인 수백만 명은 “살고 싶으면, 떠나라” “사랑하는 가족, 친구를 지옥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핸드폰으로 받았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보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