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2015년부터 사용해 오던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는 모습이 민간위성에 촬영됐다. 미 민간위성촬영 기업인 맥사(Maxar)는 13일 오전 흐메이밈 공군기의 주기장(駐機場)과 활주로에 2대의 An-124 중(重)수송기가 물자를 적재하기 위해 기체 앞부분인 노즈콘(nose cone)을 올리고 대기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An-124는 약 150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중수송기다. 주기장에는 An-124 외에도 3대의 Il-76 수송기도 세워져 있었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이번에 망명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지중해에 접한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사용해 왔다. 러시아는 또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인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다.
두 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와 중동, 아프리카로 군사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지로, 2017년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과 49년 간 임차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13일 오전 Maxar 위성이 찍은 흐메이밈 공군기지 위성 사진에서는, 이들 수송기 주변에 러시아제 Ka-52 공격 헬기와 최신 방공 시스템인 S-400이 수송되기 위해 부품들이 분해돼 포장된 것이 확인됐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거의 800m에 달하는 러시아 군차량 행렬이 흐메이밈 공군기지가 있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차량은 화물트럭, 장갑차량, SUV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신문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러시아의 불안한 시리아 입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인 GUR도 이날 “현재 시리아와 러시아 간에 군 수송기가 하루 4,5차례 오가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 철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위성 사진만으로는 러시아가 이들 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러시아가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구축할 당시에는 이런 대형 수송기 300대 분의 군사 물자가 이곳에 도착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선임연구원인 대러 매시콧은 워싱턴 포스트에 “현재 철수가 진행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한 철수인지 부분적인 철수인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 외에도, 시리아 곳곳에 소규모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군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뒤, 이들 기지에서는 철수했다.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는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해외 군사기지다. 특히 타르투스를 통해 러시아 해군은 지중해에 직접 진출하며, 이 기지에는 러시아 전함과 핵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러시아는 두 기지를 발판으로 지중해와 걸프로 군사력을 확장하며,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의 친(親)러시아 군벌과 아프리카 서부의 독재국가들인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부르키나-파소 등에 용병집단과 같은 군사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대체 기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중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지중해ㆍ아프리카 군사력 확대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말한다.
타르투스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해군 프리깃함과 잠수함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난 9일 이래 모두 항구를 떠나 8㎞ 떨어진 바다에서 머물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시리아내 러시아군의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두 기지의 안전을 위해 새 정부의 책임있는 세력과 접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가 시리아의 과도정부에 러시아제 무기와 아프리카에서 획득한 금과 다이아몬드 등 자금을 지원하며, 두 기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협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