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한 노년의 여성이 헤드폰을 끼고 있다. 이 할머니에게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려주자 발레를 하듯 손을 움직인다.

백조의 호수를 듣고 발레 몸짓을 하고 있는 마르타 곤살레스. /페이스북

영상에 나오는 여성은 마르타 C. 곤살레스. 무용수였던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그런 그가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다시 발레리나로 변신한 것이다.

휠체어에 앉아 있어 다리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양팔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시선 처리도 완벽하게 해내는 등 발레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이 영상은 알츠하이머 등으로 고통받는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를 하는 스페인의 자선단체 ‘뮤지카 파라 데스페르타르(Música para Despertar)’가 지난달 공개했다.

영국의 BBC는 11일(현지 시각) ‘알츠하이머를 앓는 발레리나가 백조의 호수로 돌아온 순간’이라는 기사에서 이 영상을 조명했다. BBC는 스페인 발렌시아의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낸 곤살레스가 영상이 촬영된 직후인 2019년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곤살레스의 나이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영상은 삽시간에 소셜미디어에서 퍼졌다. 이날 현재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수만 131만3000여회다. 페이스북에서는 9만5000번 이상 공유됐다.

곤살레스의 발레 영상은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 유튜브에는 “나는 쉽게 우는 남자가 아니지만, 곤잘레스는 나를 울렸다” “음악의 힘은 놀랍다. 그녀의 손은 정말 아름답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백조의 호수에 맞춰 발레 동작을 하고 있는 마르타 곤살레스. /유튜브

◇ 감동과는 별개로 ‘뉴욕발레단’ 경력 논란

영상이 공개된 뒤 곤살레스가 발레리나였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일었다. 단체는 당초 영상을 공개하며 곤살레스가 1960년대 뉴욕 발레단에서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영상이 주는 감동과 별개로 곤살레스의 경력이 단체의 설명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1988년부터 2007년까지 파이낸셜타임스(FT),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욕타임스(NYT)에서 일했던 영국의 무용비평가 알라스테어 매컬리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이 영상은 감동적이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논점이 있다”고 했다.

매컬리는 곤살레스가 뉴욕에서 활동한 기록이 없고, 영상에 삽입된 젊은 무용수도 곤살레스가 아닌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율리아나 로파트키나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가 그녀의 경력에 대해 정확한 추가 정보를 제공해준다면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영상을 최초로 공개한 단체는 곤살레스의 과거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며 설명을 일부 수정했다. 다만, 이 사진들이 언제, 어디서 활동할 때 찍힌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단체는 “곤살레스는 1960년대 쿠바에서 활동했고, 매우 어린 나이에 발레회사와 학교를 설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뉴욕 발레단의 댄서라는 게 아니라, 뉴욕에 있는 그녀의 회사에서 ‘퍼스트 댄서(수석 무용수)’였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매컬리의 지적대로 “영상 속 젊은 발레리나는 곤살레스가 아니고 율리아나 로파트키나”라고 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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