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공립 고등학교가 졸업 앨범에서 “노출이 과하다”는 이유로 동의 없이 여학생 80여 명의 가슴골을 포토샵으로 가렸지만, 남학생들의 수영복 노출 복장은 그대로 둬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성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 존스 카운티의 바트람 트레일 고등학교는 학생·학부모 동의 없이 여학생 83명의 졸업 앨범 사진을 편집했다. 포토샵으로 학생들의 상의 일부를 잘라내 붙이는 방식으로 노출된 가슴 부위를 가렸다.
학교 측은 여학생들의 복장이 부적절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학교가 속한 세인트 존스 카운티의 복장 규정에는 여학생은 ‘노출이 심하거나 주의 산만한 옷은 입을 수 없다’고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짧은 크롭톱이나 속옷이 보일 정도로 파인 상의, 무릎 위로 10cm 이상 올라가는 짧은 치마가 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복장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사진 편집을 당한 여학생 라일리 오키프는 “학교 측으로부터 복장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확인을 받았으나 사진을 확인해 보니 가슴 부분이 가려져 있었다”고 했다. 학부모 에이드리언 바틀렛은 “딸이 졸업 사진을 찍을 때 입은 옷은 딸이 가장 좋아하는 옷으로 지난 1년간 자주 입었지만 학교로부터 복장 규정 위반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 측이 교내 수영팀 남학생들의 수영복 차림 사진은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졸업 앨범에 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일은 남녀 차별 문제로도 번졌다. 오키프는 “남녀에 대한 이중 잣대로 차별한 것”이라고 했다. 여자 친구의 사진이 편집된 제이크 서드는 “남학생들은 민소매를 입고 다녀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지만, 탱크톱을 입은 여학생들은 그 위에 옷을 입으라고 한다”며 “실망이 크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과 요구가 계속되자 학교 측은 “앨범을 반환할 경우 (촬영과 앨범) 비용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여학생만 겨냥한 불공평한 복장 규정 자체가 문제라며 거듭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