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저택의 호화스러운 내부를 공개했다. 대리석 바닥에는 아라베스크 문양의 러그가 깔려있다. 응접실로 보이는 장소에는 화려한 장식장과 가구과 즐비하다. 소파와 테이블, 식기는 온통 금장이다. 탈레반은 저택을 감상하면서 식기를 꺼내 카메라에 비추거나, 여러 명이 둘러 앉아 차를 마시기도 했다.
뉴욕포스트,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도 이 영상에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 위치한 이 저택은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을 지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이 머물던 곳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대표 군벌인 도스툼은 국방부 차관과 부통령을 지낸 우즈베크족 출신의 군사‧정치 지도자다. 그는 과거 반(反) 탈레반 북부동맹 핵심지도자로, 2001년 미국을 도와 탈레반 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도스툼 전 부통령의 저택 내부를 공개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 고위층의 부패를 고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가난에 시달리는 동안 관료들은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탈레반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네티즌들은 “집 주인(도스툼 전 부통령)은 저곳이 탈레반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 “이 저택은 미국이 투자한 인프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탈레반에 호의적인 댓글도 일부 있었다. “탈레반이 전쟁터 밖의 (호화로운) 생활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탈레반의 반응이 순수하다” 등이다.
아프가니스탄 고위층의 탐욕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항복 직후 아랍에미리트(UAE)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거액의 현금다발을 챙겨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뉴욕포스트는 가니 대통령의 딸이 미국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가니 대통령은 “(돈을 챙겨 달아났다는 의혹은)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다. UAE 공항에 도착할 때 나는 빈손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