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수백 명의 직원을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해고했다.
5일(현지시각) CNN비즈니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미국 모기지스타트업 베터닷컴의 최고경영자(CEO) 비샬 가그는 지난 1일 900명 넘는 직원을 ‘줌 웨비나’로 초대한 뒤 그 자리에서 해고 통보했다. 회사 전체 인력의 9%에 달하는 인원을 화상회의 한 번으로 자른 것이다.
그는 영상에서 “이 회의에 참여하는 이들은 해고 대상자”라며 “당신들의 고용은 지금 종료됐다. 추후 인사팀이 이메일로 퇴직금 등을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대량 인력 감축으로 이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며 “지난번 구조조정땐 울었다”고 절제된 감정으로 말했다. 해고된 직원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당시 영상은 틱톡, 트위터 등으로도 퍼져나갔다.
이를 두고 채용플랫폼 링크드인에서도 “매우 무례한 해고 방식”이라고 비난이 일었다. 특히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예고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기에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시장 효율화, 성과, 생산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터닷컴 최고재무책임자(CFO) 케빈 라이언은 “빠르게 진화하는 주택시장을 공략하는 데 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투자하기도 한 베터닷컴은 지난 5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한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주 계약 체결 과정에서 현금 7억5000만 달러(약 8874억)를 받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가그는 이전에도 폭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가그는 회사 블로그에 “회사 직원들이 비생산적이고 하루에 2시간만 일한다”며 “월급 도둑”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에도 업무 속도가 느린 일부 직원에게 “너는 멍청한 돌고래다. 멍청한 돌고래들은 그물에 걸려 상어에게 잡아먹힌다”며 “나를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당장 그만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논란이 됐다.
데일리비스트는 가그가 일부 직원에게만 수백만 달러의 스톡옵션 등 막대한 특혜를 줬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를 일으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