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통을 벗은 흑인 소년이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를 손에 들고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소년의 뒤에는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흙먼지가 날리고 군데군데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예닐곱 명쯤 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며 물건을 골라 담는다. 하늘에선 독수리가 이들을 향해 날아든다. AFP통신 사진기자 호아오 파울루 기마라스가 지난달 브라질에서 촬영한 이 사진 한 장이 전 세계 네티즌을 울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매체에 따르면, 사진 속 주인공은 브라질 북동부 핀헤이로 마을에 사는 가브리엘 실바(12)다. 그는 진흙으로 지은 오두막집에서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실바 가족은 집 옆에 있는 불법 쓰레기 매립장에서 재활용품 등을 수거해 내다 팔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600헤알(약 12만원) 정도다. 실바는 방과후 대부분의 시간을 쓰레기를 줍는 데 보낸다고 한다.
사진이 찍힌 이날도 실바는 어머니를 도와 팔 만한 폐품을 수거하고 있었다. 실바는 쓰레기 틈 사이에서 파란색 비닐봉지를 꺼내 들었고, 그 안에서 작은 트리를 발견했다. 열두해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를 본 건 이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쓰레기를 밟아선 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트리를 보는 실바의 모습을 사진 기자가 놓치지 않고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실바네 가족에게 옷과 매트리스, 식료품 등의 후원품이 쏟아졌다. 이 중에는 실바를 위한 금박 별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었다. 실바의 어머니 마리아 프란시스카 실바(45)는 매체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걱정 없이 보낼 것 같다”고 했다. 또 어린 아들을 매립장에 데려가는 이유에 대해 “만약 거리에서 놀도록 방치한다면 마약에 중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바 가족이 받은 후원금으로 한 일은 500헤알(10만원)을 들여 수동식 펌프를 설치한 것이다. 그동안 양동이로 몇 번씩 물을 길어 올려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사진 한 장을 통해 브라질 빈민촌의 생활이 소셜미디어로 전해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위생 규정을 따르는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 쓰레기를 수거하며 사는 빈민가 사람들에겐 매월 100헤알(약 2만원)의 생계지원비 지급을 약속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