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남태평양 통가의 해저 화산이 폭발한 여파가 약 1만킬로미터(km) 떨어진 남아메리카 페루에도 영향을 미쳤다. 페루 해변에 있던 한 유조선이 당시 폭발로 인해 발생한 파도로 인해 흔들리면서 기름이 6000배럴(약 95만L) 넘게 유출됐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에너지 기업 렙솔의 유조선이 페루의 라 팜피야 정유공장에서 기름을 하역하던 중, 약 1만㎞ 떨어진 통가의 화산 폭발로 흔들리면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지난 15일 발생했다. 이 배에서 6000배럴 이상의 기름이 유출됐고, 피해 면적은 1만8000㎢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 정부는 이번 사고를 최악의 생태 재해로 규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지만 유출된 기름의 양이 많아 역부족인 상황이다. 해양환경단체 오셔나 페루지부는 트위터에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해변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은 조류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페루 정부는 현재 기름 유출 피해가 심각한 해변 3곳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스페인 렙솔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렙솔은 최대 3450만달러(약 410억 73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통가의 이번 해저 화산 폭발의 위력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수백배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임스 가빈 박사는 “이번 화산 분화의 위력이 TNT 폭약 기준으로 약 10Mt(메가톤)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 이상의 파괴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