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순위가 결정되자 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루소바는 17일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77.13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74.60점을 받으면서, 합산 결과 251.73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총점 255.95점을 받은 안나 셰르바코바가 차지했다. 동메달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33.13점)가 받았다.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카밀라 발리예바는 실수를 연발해 4위에 머물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경기를 마친 트루소바는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점수를 받고 나자 “모두 금메달이 있는데 나만 없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는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를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금메달 획득했지만 트루소바는 참가하지 못했다.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가 그를 달랬지만 감정에 북받친 트루소바는 “난 스케이트팅이 정말 싫다. 이 스포츠가 싫다.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 트루소바의 말은 중계방송에 그대로 송출됐다.
한참을 펑펑 운 트루소바는 결국 화장이 다 번진 상태로 간이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대에서도 트루소바는 가운데 손가락만 든 채 빙둔둔 인형을 잡아 주목받기도 했다.
트루소바는 기자회견에서 “3년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며 “쿼드러플(4회전)를 추가하면 우승할 줄 알았지만 그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했다. ‘왜 울었냐’는 질문에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며 “3주 동안 엄마도 강아지도 없이 혼자 지냈다. 그래서 울었다”고 답했다.
트루소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회전 점프 4종(러츠, 플립, 살코, 토룹)을 공식적으로 성공한 여자 선수다. 하지만 2019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주요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