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계에도 ‘러시아 보이콧’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가 국기 대신 ‘Z’ 표식을 유니폼에 부착하고 나왔다. 러시아 국기 부착이 금지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을 붙인 것이다.
6일(현지 시각) AFP통신, 영국 미러 등에 따르면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 평행봉 부문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일리카 코브룬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은 카자흐스탄의 밀라드 카리미, 동메달은 러시아의 이반 쿨리악에게 돌아갔다.
논란이 벌어진 것은 시상식에서다. 이반 쿨리악이 테이프로 ‘Z’ 표식을 만들어 가슴 한가운데에 붙인 것이다. FIG는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한다는 이유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기 부착을 금지했는데, 쿨리악이 돌발 행동을 한 것이다. 코브룬은 쿨리악이 붙인 표식을 본 듯 어두운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받았다. 시상식 이후에는 카자흐스탄 선수와만 악수를 나눴고, 쿨리악은 무시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 상황이 알려지자 FIG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는 전 세계 네티즌들이 몰려가 “이반 쿨리악의 메달을 박탈하라”, “정치적 의미가 다분하다”, “선수 자격도 뺏어야 한다” 등 수백개의 댓글을 남겼다. FIG는 성명을 내고 “이반 쿨리악의 행동에 관한 징계 절차를 체조윤리재단에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반 쿨리악이 단 Z 표식은 침공을 앞둔 러시아군의 탱크와 군용트럭 등에서 발견되며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우크라이나군과 구분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사살 1순위인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Zelenskyy)의 Z”, “전쟁의 승리를 의미한다”, “러시아의 첫 부대를 일컫는 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서 Z 표식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설립한 방송국 러시아투데이(RT)는 지난달 Z 표식이 들어간 티셔츠 판매를 시작했다. RT는 해당 티셔츠 소개 페이지에서 “판매 수익금은 모두 돈바스 지역의 난민들을 위해 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그들을 지원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