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러시아 청년이 징병 정보를 파괴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군 관련 사무소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다. /텔레그램

“우리 형제들을 죽이러 가지 않겠다.”

최근 한 러시아 청년이 모스크바에 있는 군(軍) 관련 사무소에 화염병을 던지며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남긴 것으로 알려진 문구다. 러시아 정부가 반전시위 가담자 1만3000명 이상 체포하고 관련 법을 강화하는 등 단속에 나섰지만, 더 적극적으로 반전시위에 나서는 국민이 늘고 있다.

지난 9일 한 러시아 청년이 텔레그램 채널에 모스크바주 남동부에 위치한 루호비치의 군사위원회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징집병 관련 기록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나는 내 친구들이 포로로 잡히거나 죽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위자들은 더 행동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러시아에서 그들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청년은 1분짜리 짧은 영상을 함께 올렸다. 영상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로 시작한다. 약 20초 동안 소리만 들리다가 이내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화염병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청년은 화염병 서너개를 더 던진다. 그는 불을 지른 건물의 문을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으로 칠하고 “형제를 죽이러 가지 않겠다”고 남겼다고 했다.

해당 영상은 8만명이 넘는 사람이 봤고,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공유됐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 실제로 건물이 불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자국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반전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반전시위가 격해지자 강력한 단속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러시아 정부가 체포한 반전시위 가담자는 1만3000명을 넘겼다. 체포 과정에서 현지 경찰이 시위대 일부를 곤봉으로 구타하는 모습도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과 인터넷도 단속 대상이다. 지난 4일 러시아 하원은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특히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때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허위 정보가 유포된다는 이유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러시아 내에서는 텔레그램 등으로 현지 반전 시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