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알파벳 대문자 ‘Z’ 마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러시아 국기와 함께 Z를 강조한 선전영상이 등장했다. 이를 놓고 “Z가 러시아의 ‘하켄크로이츠’로 쓰인다”며 “러시아식(式) 나치즘이 등장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트위터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인들이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СвоихНеБросаем)’고 외치는 동영상이 여럿 확산하고 있다. 한 영상을 보면, 하얀 글씨로 Z가 적힌 검은 후드티를 입은 러시아 여성 3명이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한다. 이들은 국민들의 러시아 지지를 요구하면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서너번 외친다. 이 구호는 여성들이 입은 티셔츠에도 적혔다. 또 이들 뒤에는 수십명이 러시아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이내 이 군중들도 구호를 따라 외치며 영상이 마무리된다.
이외에 어린 학생들이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Z표식을 들고 있거나, 수십명의 러시아인들이 Z표식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구호를 반복하는 등 비슷한 영상도 여럿 있다. 이처럼 Z표식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행위가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하면서 ‘Z’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를 넘어 민족주의의 새로운 상징이 된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자동차, 전광판, 버스 정류장, 건물 벽면 등에 Z가 새겨진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학교와 단체는 아이들이나 단원들을 동원해 ‘Z’를 만들어 선전하기도 한다. 지난 7일에는 러시아 체조선수 이반 쿨리악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FIG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서 Z표식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를 놓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러시아식 나치즘이 전면에 드러났다”며 “푸틴 대통령에게만 죄가 있지 않다. 이제 모든 러시아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역겹다”, “가만히 있는 러시아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Z는 러시아의 하켄크로이츠”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알파벳 Z를 사용한 것을 조롱하면서 “Z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가 승리한다는 의미”라고 쓰기도 했다. 이 외에 “좀비(Zombie)나 다름없다”, “WW2(2차세계대전)에 이어 WWZ(영화 월드워Z)가 시작될 모양”이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영상에 등장하는 러시아인들도 억지로 끌려나온 것”, “어디에나 극단적인 사람들은 있다. 이 영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