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아빠곰 엄마곰 애기곰/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 애기곰은 너무 귀여워”

누구나 한번쯤은 듣고 흥얼거렸을 동요 ‘곰 세 마리’다. 이 동요 노랫말이 실제 상황이 됐다. 멀쩡히 사람 사는 집에 곰 가족이 들어온 것이다. 미국 ABC7 뉴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비아에서 벌어진 곰 가족 가정집 침입 사건을 제보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비아에 있는 한 가정집에 어미곰과 새끼가 들어와 냉장고를 뒤지는 장면이 집주인에 의해 그대로 녹화됐다. /미 ABC 7 News 페이스북

먼로비아 주민 앨리스 테일러 집에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갈색 털을 한 암컷곰과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담한 몸집의 새끼곰이었다. 이들은 열린 유리창을 가리고 있던 가림막을 걷고 유유히 들어오더니 집의 내부 구조를 훤히 아는 듯 바로 냉장고로 직행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먹기 위해 구석에 놔뒀던 도넛을 폭풍흡입하기 시작했다. 암컷 곰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까치발까지 하는 능숙하고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 상황을 모두 동영상에 담은 테일러는 방송사에 “그저 저들을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가게 할까 궁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새끼를 데리고 캘리포니아 먼로비아의 가정집에 들어온 암컷 곰이 벌떡 일어서서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ABC7 NEWS 화면 캡처

테일러는 잠시 조용히 거리를 두고 있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소리를 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야생에서 곰의 접근을 막는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소리를 낼 때만 해도 이 방법이 먹힐지 테일러는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음은 효과를 봤고, 곰 가족은 들어온 통로로 후다닥 달아났다. 만일 도넛이 없었다면, 이들 곰이 무슨 행동을 벌였을지 예단할 수 없다.

이 집주인이 이런 상황에서 침착한 까닭이 있다. 이 가족이 불청객 곰을 맞은 게 이번이 두번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때 들어온 그 곰들”이라고 했다. 먼로비아는 로스앤젤레스 근교 도시지만, 산지와 인접해있어 주민들은 이따금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곰에 제법 익숙해져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에 사람이 있는데 곰이 침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동요 노랫말이 100% 구현돼 엄마곰·아기곰에 덩치가 산만한 배고픈 아빠곰까지 들이닥쳤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사실 동요 노랫말처럼 아빠곰·엄마곰·새끼곰이 한 집에 사는 일은 좀처럼 없다. 야생에서 수컷 곰은 짝짓기가 끝나면 곧바로 자리를 떠버리고 방랑을 시작한다. 반려자-부모가 아닌 본능에 충실한 야수의 모습이다. 어미 곰은 육아기간 수컷 곰들의 횡포로부터 새끼를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