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땅굴에 갇혔다가 8시간 만에 생환했다. 안드레아라는 이름의 35세 남성이었다. 땅 위로 올라온 안드레아에게 시민들과 구조대원들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도 잠시, 사고 현장에 경찰이 들이닥치더니 ‘땅굴에 안드레아가 갇혔다’며 구조 요청한 동료 3명을 체포했다.
더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이탈리아 소방당국에 로마에서 한 남성이 도로 정비 작업을 하다가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니, 무너진 도로 잔해 틈 속에 갇힌 남성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제발 구해주세요”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소방대는 오후 12시부터 구조에 나섰다. 우선 땅굴에 갇힌 안드레아가 호흡할 수 있도록 산소통과 물 등을 밑으로 내려 보냈다. 땅굴 위의 지반이 무너지는 바람에 구조는 오래 걸렸다. 8시간가량 작업 끝에 소방대원들은 도로 6m 아래 매몰돼 있던 안드레아를 구조했다. 이번 구조에는 소방대원 100여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당초 목격자들과 소방당국은 땅굴에서 작업하던 인부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안드레아와 그의 동료들은, 작업 인부가 아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도로 작업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은행 금고를 털기 위해 땅굴 작업중이었던 강도들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같이 판단한 근거는 3가지였다. 앞서 안드레아 일당은 일주일 전 사고가 발생한 지점 인근에 상점 한 곳을 임대했다. 이 상점 200m 이내에는 은행 2곳이 있었다. 마침 오는 15일은 이탈리아 공휴일인 ‘성모마리아 승천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안드레아와 그의 동료 3명은 대부분 절도 전과가 있었다.
경찰은 이런 단서들을 통해 일당 4명이 은행이 문을 닫는 연휴 동안 땅굴을 파서 은행 금고에 접근하려다가 갇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비가 내리면서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내렸고, 결국 강도 일당이 자신들이 파놓은 땅굴에 갇혀 범행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안드레아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은 나머지 3명에 대해 공공시설물 훼손 혐의로 체포하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