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 행사를 앞두고 일기예보를 틀린 헝가리 기상청장이 전격 해임됐다.
22일(현지 시각) AF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이날 국립기상청의 코르넬리아 라딕스 청장과 기율라 호바스 부청장을 해임했다. 당국은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틀 전 기상 오보로 건국기념일 불꽃놀이가 연기된 것에 따른 문책성 조치라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헝가리 정부는 지난 20일 밤 ‘성 이슈트반의 날’을 맞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불꽃놀이를 펼칠 예정이었다. 이 행사는 유럽 최대 불꽃놀이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도 다뉴브강 5㎞ 구간에 240개 발사 지점을 설치해 약 4만개의 불꽃을 쏘아 올릴 예정이었다. 이 행사에는 최대 20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기상청은 행사 당일 저녁에 뇌우와 돌풍이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결국 당국은 행사 7시간 전에 불꽃놀이를 일주일 뒤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니 평온한 날씨가 이어졌다고 한다. 기상청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기상청은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불확실성은 기상 예보의 일부이며 가장 낮은 확률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권 일각에선 10년간 기상청을 이끌어온 전문가들을 동시에 해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왔다. 라딕스 청장은 2013년 1월부터 기상청을 이끌어온 천문·기상 분야 전문가다. 야당 모멘텀운동의 안드라스 페케테 죄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기상청장이 현 정부가 원하는 날씨를 만들지 못해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국립기상청도 23일 해임된 동료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이번 기상청장 해임은 장기적으로 누적된 불만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