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실사 영화 예고편이 공개된 가운데, 흑인 배우가 주인공 애리얼 역을 맡은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인종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도라는 평가와 원작 작화와 다르다는 반응이 충돌한 것이다.
디즈니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영화 ‘인어공주’ 예고편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영화는 1989년 개봉한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특히 흑인 R&B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가 인어공주인 애리얼 역을 맡아 캐스팅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베일리는 예고편 후반부에 ‘인어공주’의 사운드트랙인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부르며 등장한다. 일명 레게 머리로 불리는 땋은 헤어스타일 ‘드레드록’을 한 모습도 눈에 띈다. 15초가량 짧게 비춰진 흑인 인어공주의 첫 모습에 온라인은 들썩였고, 예고편 영상은 지난 12일 전세계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베일리의 음색이 아름답다. 우르슬라가 그녀의 목소리를 뺏도록 가만두지 않겠다” “노래만 들어도 바닷속에 들어온 기분” “그녀는 시대의 아이콘이 될 것” 등의 반응을 남겼다.
틱톡에서는 흑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의 반응을 촬영해 올리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 그녀는 나처럼 갈색빛을 띠고 있어” “진짜 애리얼이야?” “나와 비슷하게 생겼다”라고 소리치며 기뻐했다. 놀랍다는 듯이 입을 틀어막거나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 틱톡 이용자는 이 같은 영상을 올리며 ‘#representationmatters’(대표성이 중요하다)라는 해시태그를 적었다. 네티즌들은 베일리가 유색 인종 아이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에 주목했다. 그동안 디즈니 공주는 하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됐는데, 흑인 인어공주의 등장으로 이런 정형화된 틀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반면 ‘#NotMyAriel’(나의 애리얼이 아니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캐스팅에 불만을 터뜨리는 원작 팬들도 나오고 있다. 고전적인 디즈니 공주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인종을 넘어 베일리가 애리얼과 너무 다르게 생겼다”는 반응도 있었다.
월트디즈니스튜디오 유튜브에 올라온 예고편 댓글 중에는 “애리얼이 전투잠수함을 식별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애리얼이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등 원작에는 없는 내용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디즈니 측은 이같은 일부 부정적인 여론을 앞서 비판한 바 있다. 2019년 당시 베일리가 주인공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대중 여론이 들끓자, 디즈니 산하 채널 프리폼은 “불쌍하고 불행한 영혼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라는 장문을 글을 공개했었다.
그러면서 “’인어공주’ 원작자는 덴마크 사람이고 애리얼은 인어다. 물 속 왕국에 살고 있으며 원하는 어디든 합법적으로 갈 수 있다”며 “애리얼이 덴마크 사람이라고 치자, 흑인 덴마크인도 있기 때문에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화 ‘인어공주’ 실사판은 내년 5월 26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