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타르 월드컵 취재 현장에서 숨진 영국 매체 ITV의 기술감독 로저 피어스. /트위터 @maidstonetv

월드컵 취재를 위해 카타르에 방문한 언론인들이 잇달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미국·카타르 국적의 취재 기자가 숨졌는데, 지난달 영국 매체 ITV 소속 기술감독 역시 현지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카타르 현지에서 언론인이 사망한 건 벌써 세 번째다.

12일(현지 시각) 스페인 매체 마르카에 따르면, ITV의 기술감독 로저 피어스(65)는 지난달 21일 미국과 웨일스의 조별리그 B조 경기를 앞두고 숨졌다. 그는 경기 전날 밤 현지의 한 호텔에서 돌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어스는 ITV에서만 43년간 일했다. 월드컵만 8번 담당한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오는 12월 31일 은퇴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현장에서 숨지고 말았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ITV는 자체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소속 기자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후 카타르에서 취재 기자 두 명이 연이어 숨지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축구전문 기자 그랜트 월(48)은 지난 9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을 취재하던 도중 기자석에서 쓰러졌다. 그는 하마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월은 메인미디어센터(MMC)에 마련된 의료실에서 기관지염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숨지기 전 웹사이트를 통해 “몸이 고장 난 것 같다. 3주간 수면 시간이 부족한데 심한 스트레스 속에 일만 했다”며 과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슴 윗부분에 강한 압박과 불편함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지난 10일에도 카타르 알카스TV 소속 알 미슬람 기자가 월드컵 취재 도중 숨졌다. 월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 몇 시간 만이었다.

한편 월의 시신은 이날 본국인 미국으로 송환 처리됐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그랜트 월의 유해와 소지품이 미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