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이날 선수들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카퍼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수백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로이터통신, 스카이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20일(현지 시각) 오전 3시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이었지만 많은 팬들이 공항 앞으로 마중 나와 선수단을 기다렸다. 주장 리오넬 메시(35)는 팬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초 대표팀은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정오부터 차량 행진을 할 예정이었다. 오픈톱 형태의 2층 버스를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 거리까지 약 30㎞를 행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퍼레이드 장소에 400만명이 몰렸고,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도로 한복판에 꼼짝없이 갇히게 됐다.
추락 사고도 발생했다.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다리를 통과하는 순간 일부 팬들이 버스 2층으로 뛰어내리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버스에 머리를 부딪혀 부상을 입은 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귀국한 메시와 앙헬 디 마리아, 로드리고 데 폴 등이 버스를 타고 가다 전선에 목이 감길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들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사고를 피했다.
안전 문제가 우려되자 결국 카 퍼레이드는 중단됐다. 선수들은 헬리콥터로 옮겨 탄 뒤 인파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버스 대신 헬리콥터를 타고 오벨리스크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지점을 비행한 뒤 수도 외곽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본부로 돌아갔다.
대통령 대변인 가브리엘라 세루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의 열광적인 축하 때문에 육로로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선수단은 헬리콥터를 타고 예정된 경로대로 날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축구협회의 클라우디오 타피아 회장은 “선수들이 오벨리스크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인사하기 어려웠다. 그들을 대신해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건 디에고 마라도나 시절인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월드컵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