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브라운의 대표작 중 하나인 포-바(Four-Bar) 밀라노 스티치 카디건. 4개의 선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조선 DB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12일(현지 시각) 자신이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내려진 뒤 줄무늬 양말을 신은 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아디다스는 브라운이 제작한 '4선' 줄무늬가 자사의 '3선'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가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에 승리를 거뒀다. 세계적 디자이너 톰 브라운의 디자인이 자사의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아디다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톰 브라운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12일(현지 시각)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재판에서 “아디다스 측은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 디자인이 자사의 3선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단은 이날 논의를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아디다스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평결했다.

톰 브라운은 승소 후 “나는 지금껏 거대 기업에 맞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디자이너를 위해 싸워왔기에 이 판결은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나는 단지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싶을 뿐이며 다시는 법정에 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톰 브라운의 바람과는 달리 법정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디다스 측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리치 에프러스 아디다스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평결에 실망했다”며 “적절한 항소 제기를 포함해 우리의 지적 재산권을 신중하게 계속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디다스는 지난해 6월 톰 브라운의 ‘포-바 시그니처’(Four-Bar Signature)가 자사의 3선 줄무늬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톰 브라운의 디자인이 자사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톰 브라운의 제품은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 후드티 등에 4선 줄무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톰 브라운은 양사가 같은 시장을 공략하지 않아 경쟁자가 아니라는 논리로 대응해 승리를 거뒀다. 자사의 여성 운동용 압박 타이츠가 725달러(약 90만원)인 것과 달리 아디다스 레깅스는 100달러(약 12만4000원)에 못미쳐 시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회사간 법정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디자인 관련 갈등은 2007년에도 있었다. 당시 재킷에 3선 줄무늬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한 톰 브라운을 향해 아디다스는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톰 브라운은 3선 대신 4선 줄무늬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두 회사간 디자인 관련 갈등은 톰 브라운이 스포츠웨어 분야로 진출하면서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