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공항 활주로에서 승객을 가득 태운 항공기 2대가 충돌할 뻔한 일이 발생했다. 이 항공기들은 불과 300m 거리 앞에서 멈추며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미국 CBS뉴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각) 오후 8시45분쯤 뉴욕 JFK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의 보잉777기와 델타항공의 보잉737기가 부딪칠 뻔했다. 충돌 직전 한 항공교통 관제사가 델타항공에 긴급히 이륙 취소 명령을 내리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를 피한 비행편은 아메리칸 106항공편이다. 뉴욕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편으로, 당시 이 항공기에는 승객 137명과 승무원 1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델타항공의 경우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로 향하던 1943편으로 승객 145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델타항공 항공기는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었다. 동시에 아메리칸항공도 델타항공의 활주로와 교차하는 유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관제사는 충돌 직전에 델타 항공기에 정지 명령을 내렸다. 긴박했던 당시 상황은 항공기 교신을 추적하는 ‘라이브ATC’에 올라와 있다. 이 녹취에서 관제사는 욕설을 내뱉으며 “델타1943 이륙 취소하라! 델타1943 이륙 취소하라!”라고 다급히 외친다. 이에 시속 185㎞로 달리던 델타 항공기는 직전 아메리칸항공이 지나갔던 도로 300m 앞에서 정지했고 충돌을 겨우 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륙이 취소된 델타항공 1943편은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이륙 일정은 이튿날인 14일 오전으로 변경됐다. 델타항공은 사과와 함께 승객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항공은 성명을 통해 “고객과 승무원의 안전은 항상 델타항공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은 일정대로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 토요일 오전 영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사는 이번 사고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STB)는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 간의 활주로 침범 사건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방항공청(FAA)도 조사에 착수했다. 로버트 섬월트 전 NSTB 위원장은 CBS뉴스에 “아메리칸 항공기는 원래 지시받은 활주로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지 않고, 활동 중인 활주로를 가로질러 계속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존 콕스 미국 남가주대 항공안전과 교수는 AP통신에 “비행기 조종사들은 이륙허가 취소에 대비한 훈련을 평소에 받는다”며 “관제사가 (적시에) 이륙허가를 취소하는 훌륭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