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 위치한 어드벤트 헬스 병원/ CNN

미국의 한 병원에서 70대 여성이 불치병에 걸린 남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시한부 남편의 부탁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1일(현지시각) CN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엘런 길러드(76)는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州) 데이토나비치의 어드벤트 헬스 병원에서 남편 제리 길런드(77)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당시 제리는 11층의 한 병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었다.

데이토나비치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이 남편과 아내의 합의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제리는 3주 전 아내에게 병세가 악화하면 자신의 고통을 끝내달라고 부탁했다. 당초 제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그럴 기력조차 없어 아내에게 살인을 부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리가 어떤 병을 앓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자 병원에는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11층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들을 대피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엘런은 남편을 살해했던 병실 안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 추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오전 11시30분쯤 출동했으나 엘런이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놓지 않아 대치가 길어졌고, 결국 오후 3시쯤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엘런이 남편을 살해한 후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할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엘런을 계획적으로 사람을 숨지게 한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예정이다. 엘런이 총을 병원에 반입하게 된 경위와 금속 탐지 보안 시스템 설치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 자카리 영 데이토나비치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엘런은 오랜 기간 우울한 상태였다”며 “이번 일은 그 누구도 인생의 시련과 고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