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태국 방콕 방나 지역의 한 콘도미니엄. 현지 경찰은 도피 중인 마약 밀매업자 사라핫 사왕쟁(25)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객실을 급습했다. 그런데 객실에 들어선 경찰들은 사라핫을 본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당국이 보관하고 있던 과거 머그샷 속 얼굴과 달리 곱상하게 생긴 한국인 꽃미남이 객실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 타이거 등 현지 매체는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한국인의 모습으로 성형수술한 태국 마약왕의 사연을 전했다. 사라핫은 다크웹을 통해 유럽에서 MDMA를 밀반입하고 방콕 전역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MDMA는 흔히 ‘엑스터시’로 불리는 향정신성 약물이다. 거래는 주로 비트코인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현지 세관이 직소퍼즐 상자 안에 들어있던 MDMA 분말 2527g과 알약 290정을 발견했고, 이후 수사당국은 사라핫을 쫓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태국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나 이미 사라핫은 도주한 뒤였다. 결국 수사관들은 마약 구매자인 척 잠입 수사를 해 사라핫에게 접근했다. 당시 거래 도중 사라핫은 “아직 방콕에서 머물고 있지만 곧 한국으로 이주할 계획”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고 한다.
수사관들은 그가 머문 콘도에 도착했을 때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사라핫이 알려진 것과 다른 훤칠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처럼 보이기 위해 안면윤곽술을 포함한 성형수술을 수년간 여러 차례 받았고, 그 결과 통통했던 원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이름 역시 한국식인 ‘정지민’으로 바꿨고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검거 이후 사라핫은 마약 밀매 혐의와 성형 수술 사실을 인정했다. 쌈마수티 경찰서장은 “사라핫은 방콕의 MDMA를 퍼뜨린 숙주 중 하나”라며 “이제 겨우 25세 나이에 유럽에서 MDMA를 수입하는 마약왕이다. 우리는 외국에 더 많은 용의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