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8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정치인이 출산율 하락 원인으로 ‘연애력의 저하’를 꼽아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 이시다 나리세 미에현 의원은 지난달 24일 지역 의회에서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던 중 ‘연애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돈이 들어서가 아니다”라며 “결혼 전에 연애를 기피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현에서 저출산 장려책의 일환으로 미혼 남녀들의 맞선을 주선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문제는 연애력이 매우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젊은이들의 연애 지수를 측정하는 등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시다 의원은 연애력에 대한 정의나 연애 지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애력이 출산율 극복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현지 네티즌들은 해당 발언을 두고 “연애력이 뭔지 설명해달라” “연애력은 1단, 2단 이렇게 구분해야 하나” “정치인이 삼류 해설자가 할 만한 소리를 하나” “연애력이 결국 생활 여력에 달린 것 아니겠나” 등의 비판이 나왔다. 연애를 능력치로서 측정하는 게 타당한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저출산이 문제인데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지 않나” “최근 일본 젊은층에서 연애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 있을 것” 등 이시다 의원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다.
현 관계자는 “과거 설문조사에서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이성과 잘 사귀지 못한다’ ‘연애에 자신이 없다’ 등의 응답이 있었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8일 2022 인구동태통계 속보치를 공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연간 출생아 수는 외국인 등을 포함해 79만9728명으로 전년 대비 4만3169명(5.1%) 감소했다. 1989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8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결혼과 출산, 육아 희망 실현을 막는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와 경제 기반이 크게 바뀌는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관계부처와 협력하며 대책에 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