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스키 중국 대표로 출전해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던 구아이링(에일린 구)이 중국에 돌아왔다. 올림픽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난 지 10개월 만의 귀국이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를 둘러싼 이중국적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일 북경청년보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구아이링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해 도착 사실을 알렸다. 그는 공항에 도착한 모습과 상해의 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진을 올렸다. 구아이링이 중국 땅을 밟은 건 지난해 4월 30일 이후 324일 만이라고 한다. 당시 구아이링은 중국에서 올림픽 스타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으나 스탠퍼드대에서 학업을 마쳐야 한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올 시즌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에 출전해 2관왕에 올랐지만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이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돈 떨어지니까 중국에 왔다” “중국에 광고 찍으려고 온 것 아니냐” “필요할 때마다 국적을 바꾸는데 미국 국적인지 중국 국적인지 분명히 밝혀라” “중국인이 왜 미국인에 열광해야 하느냐”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구아이링은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자라며 스키를 배웠고, 명문 스탠퍼드대에도 입학했다. 그러다 2019년 중국 국적을 취득한 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때 오성홍기를 달고 중국 대표로 출전했다. 뛰어난 스키 실력과 빼어난 외모 덕분에 그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타가 됐다. 올림픽 기간 루이비통을 비롯해 20개 이상의 광고에 출연할 정도였다.
다만 여전히 국적 논란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구아이링은 이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힌 적 없다. 지난 올림픽 때도 국적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미국에 있을 땐 미국인,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인 같은 느낌이 든다”라며 요리조리 핵심을 피해갔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주최 행사인 ‘타임100 서밋 2022′에 참석해 “2030년 또는 2034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를 맡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인들의 반감을 샀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에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이 미국을 위해 뛰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웨이보에선 ‘구아이링 미국 동계 올림픽 유치 대사’라는 해시태그가 조회수 2억회를 넘기기도 했다.
구아이링이 인스타그램 등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도 따가운 시선이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런 해외 소셜미디어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당국이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아이링의 국적 문제 등을 눈 감아주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