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기간 체중이 22㎏가량 불어난 체리 퍼거슨은 살을 빼기 위해 몇달전 비만 치료 약물 ‘오젬픽’을 구입해 투여해왔다. 오젬픽은 세마글루티드를 성분으로 하는 당뇨병 치료제로, 체중 감소 효과도 뛰어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제품이다.
퍼거슨도 오젬픽을 투여한 이후 약 17㎏을 감량했다. 그런데 오젬픽 효과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수년간 피우던 연초와 전자담배가 더는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퍼거슨은 과거 술집에 축구경기를 보러 가면 맥주를 여러잔 들이켰으나, 오젬픽 투여 후에는 맥주 한 잔으로 만족한다.
이처럼 오젬픽이나 유사 약물을 투입한 뒤 중독 증상이 완화됐다는 사례들이 보고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CNN은 지난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체중 및 섭식 장애센터는 세마글루티드 성분이 장기적으로 식욕 등 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하는 트로니에 교수에 따르면, 세마글루티드를 투약한 참가자들은 ‘더는 술에 관심이 없고, 마시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진행한 동물시험에선 세마글루티드를 투약한 설치류의 폭음과 의존성 알코올 섭취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마글루티드는 뇌에 영향을 미쳐 중독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렌조 레지오 박사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음주에 따른 보상 효과를 줄이고, 결국 술을 덜 찾게 만드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세마글루티드가 술‧담배를 넘어 다른 중독 증세를 완화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NIH는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 중독을 세마글루티드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 월간지 디 아틀란틱은 오젬픽으로 손톱 물어뜯기나 인터넷 쇼핑 같은 금단 증상을 막아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오젬픽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에선 이런 중독 증상 완화 연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중독 치료에 대한 약물의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CNN의 분석이다. 미국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2900만명 미국인이 알코올 사용 장애를 겪었지만 이 가운데 약물 치료를 받은 사람은 5%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