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악어가 수컷의 정자 없이 알을 낳은 자기복제 사례가 코스타리카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7일(현지시각) 영국 BBC와 더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 1월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18살 암컷 악어가 단성생식으로 14개의 알을 낳았다. 이 가운데 1개의 알에서 새끼는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지만 부화하지는 못했다.
단성생식은 암컷이 수정하지 않고 배아를 형성시키는 방식이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만으로 자손을 만들어 ‘처녀생식’이라고도 불린다. 단성생식은 어류, 파충류 등에선 드물게 나타나지만 악어에게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 악어는 2살 때인 2002년 포획돼 동물원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지냈다. 단성생식 전문가인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워런 부스 박사는 죽은 악어 새끼의 심장 조직과 어미의 피부 조직을 비교해 분석했다. 검사 결과 새끼는 유전적으로 어미 악어와 99.9% 일치했으며,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부스 박사는 “단성생식은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며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악어의 경우가 그간 보고되지 않은 건 단지 발견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뱀을 기르면서부터 단성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파충류를 사육하는 사람들도 악어를 기르진 않는다”고 했다.
부스 박사는 “멸종위기종에서 단성생식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경 변화로 공룡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을 때도 일부 공룡이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도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