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카프리섬 해안가 모습.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관광객들을 겨냥한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파라솔 일일 대여 가격이 50유로(약 7만원)에 달하고 전망이 좋은 카페는 자릿값을 이유로 비싼 가격에 음료를 팔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소비자 보호단체는 “올여름 이탈리아 관광지 물가가 이전보다 130% 올랐다”며 황당 바가지 사례들을 공개했다. 코모 호수의 한 식당에선 햄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는 비용으로 2유로(약 3000원)를 청구했다.

이외에도 빈 접시를 달라고 요구하거나, 아이의 젖병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달라는 요청에도 2유로씩 추가 요금을 받은 사례들이 접수됐다. 카푸치노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주는 데도 추가 비용이 붙었다. 한 커플은 사르데냐섬의 호텔 카페에서 커피 2잔과 생수 2개를 구매한 뒤 60유로(약 8만원)를 내야 했다. 이곳 호텔에서 항구의 풍경이 보인다는 이유로 비싼 값을 받은 것이었다.

해변 시설 이용료가 비싸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해안에선 선베드와 파라솔 일일 이용료가 평균 50유로(약 7만원)에 형성돼 있다. 주말에는 이보다 두 배 더 비싸다. 피서객들이 붐비는 북부 관광지로 갈수록 해변 앞자리 파라솔 이용료가 기본 150유로(약 21만원)부터 시작할 만큼 더 비싸진다. 이탈리아 물가는 지중해의 다른 관광지와 비교해도 약 240% 높은 편이다.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 AFP 연합뉴스

이런 고물가에 지갑 사정이 어려운 이탈리아인들은 국내 여행 대신 알바니아나 몬테네그로 등 물가가 저렴한 지중해의 다른 국가로 휴가를 떠나고 있다. 휴가철에 집에 머물겠다는 이탈리아인들도 4분의 1이라고 한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수는 늘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올여름에만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 300만명 더 많은 6800만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지출이 큰 미국, 아시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현지인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고 있다. 로마 나 보나 광장을 찾은 한 미국인 관광객은 “젤라토와 아페롤 스프리츠(이탈리아 칵테일), 호텔 등에 많은 돈을 들였지만 우리는 비싼 가격을 알면서도 코로나 이전부터 이번 여행을 꿈꿔 왔다”고 CNN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