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기둥에 페인트가 뿌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이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기후활동단체 ‘마지막세대’ 소속 활동가들은 전날 오전 브란덴부르크문의 동쪽 기둥 6곳에 주황색과 노란색 페인트를 뿌려 기둥을 훼손했다. 기후활동가들은 이 과정에서 소화기를 활용해 기둥 높은 곳까지 페인트를 칠했다.

단체는 또 브란덴부르크문 앞 파리 광장에 페인트를 뿌렸고, 일부 시민들이 이 페인트를 밟고 지나면서 발자국을 남겼다. 기후활동가들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활동가는 브란덴부르크문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경찰 40여명은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을 폐쇄하고 스프레이 칠을 하던 기후활동가 14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기후활동가들을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고의적 기물 훼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45년까지 기후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연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마지막세대는 이번 항의가 대전환의 일환이라며 내주부터 베를린 곳곳에서 도로점거 시위를 예고했다. 마지막세대 소속 카를라 힌리히스는 “우리는 지난해처럼 단순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야만, 우리는 거리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 시각) 한 남성이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 뿌려진 페인트를 제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란덴부르크문은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의 명령으로 1791년 완공됐다. 당시에는 ‘평화의문’으로 명명됐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동서로 분단되면서 문 바로 뒤편에 베를린장벽이 세워졌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이 문을 지나 동독의 한스 모드로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면서,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 통일의 상징이 됐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시장은 “브란덴부르크문은 자유의 도시 베를린의 상징”이라며 “이번 활동으로 마지막세대는 우리 미래와 시대의 중요한 주제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세대 기후 활동가들은 지난해부터 독일 전역에서 시위를 해오고 있다. 도로나 공항 활주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거나, 헌법 기념물과 신호등 연립정부(빨강-사회민주당, 노랑-자유민주당, 초록-녹색당)의 정당본부, 쿠어퓌르스텐담의 럭셔리 상점 등에 페인트칠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