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범죄조직 '로스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피토)가 출연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유튜브

중남미 에콰도르에서 갱단 활동을 미화하는 노래가 발표되고, 갱단의 두목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일이 발생했다.

1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는 범죄조직 로스초네로스 카르텔의 수장 아돌프 마시아스를 찬양하는 노래가 공개됐다. 제목은 ‘엘 코리도 델 레온’, 사자의 발라드라는 뜻이다.이 노래는 나르코코리도스 장르에 해당한다. 나르코코리도스는 멕시코 지역 민요인 코리도스에서 나온 용어로, 마약 밀매 집단을 미화하는 가사를 주로 담는다.

노래 가사에는 마시아스를 ‘보스 중의 보스’, ‘로스초네로스의 리더’라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 마약 밀매, 살인, 납치 등 범죄 행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마시아스의 딸도 직접 노래에 참여해, 자신의 아버지를 가족적인 가장으로 묘사했다.

특히 3분 3초 분량의 뮤직비디오에는 현재 수감 중인 마시아스가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영상에서 마시아스는 교도소 안에서 책을 읽거나 수탉을 쓰다듬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벽화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일상복 차림이었으며 전통 모자를 쓰고 손에는 금반지와 금팔찌를 끼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 나흘 만에 조회수 18만회를 기록했다.

해당 뮤직비디오를 교도소 안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에콰도르 교정청(SNAI)은 일부 장면이 교도소 내부에서 녹화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도소 시설에 시청각 녹음·녹화 장비나 관련 제작사 출입은 허가된 적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영상을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사 측은 “넷플릭스 제작을 담당하는 다국적 제작사의 지원을 받아 1년 전에 녹화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교정 당국은 교도소 내 촬영 장비가 불법 반입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아돌프 마시아스(피토)가 최고 보안 교도소로 이감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에콰도르는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현지 범죄 조직에 침투하면서 치안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해진 상황이다. 마시아스가 이끄는 로스초네로스도 강력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는 카르텔 중 하나다.

마시아스는 ‘피토’라는 별명으로 주로 불린다. 지난달 피살된 에콰도르의 야당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는 생전 인터뷰에서 “과거 피토 측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마시아스는 지난 7월 지역 갱단 간 평화 협정 체결 사실을 공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교도소에서 찍어 외부에 전달한 적도 있다. 당시 경찰관들이 갱단의 들러리처럼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명한 콜롬비아, 멕시코 마약왕들이 대담한 조롱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