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산골에 사는 순박한 처녀 행세를 하며 농산물을 판매해 온 중국 여성 인플루언서(왕훙‧網紅)가 각본대로 연기한 배우였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21일 중국 봉면신문 등에 따르면, 쓰촨성 량산자치주 공안국은 감성에 호소하며 품질 낮은 농산물을 고가에 판매해 폭리를 취한 왕훙 일당 54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38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량산멍양(21)을 비롯해 자오링얼, 량산취부 등 11명이 포함됐다.
모두 가짜 방송을 제작,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가를 돕자면서 농산물을 비싸게 판매해 1000만위안(약 1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번에 적발된 량산멍양의 경우, 쓰촨성 산골마을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들을 돌보는 소녀 가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영상에서 낡은 옷을 입고 등장했으며, 장작을 패거나 밭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예쁜 외모와 낙천적인 성격으로 큰 사랑을 받자,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직접 재배한 것이라며 버섯 등의 특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팔로워수가 380만명이 되자 굿즈를 팔기도 했다.
또 다른 왕훙 자오링얼은 량산 지역을 여행하다 우연히 착하고 순수한 농촌 청년 량산취부를 만났다고 소개하며, 둘이 함께 농사일을 하는 영상을 올려왔다. 이들은 팔로워가 200만명을 넘어서자 온라인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했고, 7개월 만에 70만 위안(약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량산멍양이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그가 거짓 방송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공안 당국이 수사에 나섰고, 이들이 1인 미디어 업체에 소속돼 잘 짜인 대본에 따라 연기한 연예인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이 소속사는 각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농산물을 현지 특산물로 속여 비싸게 판매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은 이들이 운영하던 회사 14곳을 폐쇄하고 팔다 남은 20톤의 가짜 꿀 등을 압수했으며, 500만 위안(약 9억원)의 자금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