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투하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폭탄이 발견돼 주민 수천여명이 대피했다.
26일(현지시각)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주 어퍼 부킷 티마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땅을 파던 중 100㎏짜리 폭탄이 발견됐다. 이 폭탄은 싱가포르가 일본에 함락되기 직전인 1942년 2월 일본군 전투기가 이 지역에 투하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폭탄 안에 약 47㎏의 폭약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아파트 한 구역을 파괴할 만한 양으로, 싱가포르에서 발견된 2차대전 불발탄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군 당국은 폭탄을 옮기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폭파시켜 폐기하기로 결정했으며, 군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작업을 진행했다.
군 당국은 폭파 작업에 앞서 작업 현장 200m 이내 접근을 통제했으며, 학교는 재택 수업으로 전환했다. 또 주민 약 4000명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폭발물 처리반은 폭탄 주변에 보호용 모래주머니를 쌓아올린 뒤 폭파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처리 과정에서 큰 폭발음이 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일본군은 진주만 공습 바로 다음 날인 1941년 12월8일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를 처음 폭격했다. 이듬해 폭격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일본은 1942년 2월 싱가포르에 상륙해 1945년까지 점령했다. 당시 공습으로 싱가포르에선 2차 대전 당시 사용됐던 폭탄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한 건설 현장에서 불발탄이 나와 인근 상가에 있던 주민 100명 이상이 대피했다. 2020년 12월에도 한 주택 건설 현장에서 불발탄이 발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