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같은 번호로 5만장가량의 복권을 사 400억원이 넘는 당첨금을 수령한 사례가 나왔다. 그런데 이 구매자가 추첨 두 시간 전 복권을 집중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현지에선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장시성에서 복권 ‘콰이러8′에 베팅해 2억2000만위안(약 402억원)을 받게 된 당첨자가 나왔다. 그는 사흘 뒤 당첨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콰이러8은 1번부터 80번까지 숫자 중 최소 1개, 최대 10개까지 숫자를 임의 선택하는 방식이다. 추첨일에는 무작위로 20개의 숫자를 뽑아 발표한다. 뽑힌 숫자와 일치하는 숫자가 많을수록 높은 당첨금을 받는다. 숫자는 수동 또는 자동으로 고를 수 있다.
이번 당첨자는 7개의 숫자를 뽑아 모두 적중했다. 그런데 이 당첨자가 복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들이 드러나 조작 의혹 불거지고 있다.
이 복권의 한 장 가격은 2위안(약 360원)이며, 구매 수량은 한 사람당 1만 장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이 당첨자는 10만위안(약 1800만원)을 들여 같은 번호의 복권을 4만9250장 구매했다. 숫자 7개를 맞췄을 때의 당첨금은 4475위안(약 80만원)인데, 동일한 번호로 5만장가량 사면서 총 수령액이 2억2000만위안으로 불어난 것이다. 당첨자가 1만장 이상의 복권을 어떻게 구매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이 당첨자는 추첨이 시작되기 불과 2시간 전 여러 판매점을 돌며 복권을 집중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2시간 안에 복권 5만장을 구매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이 당첨자가 수동으로 숫자 7개 기입하는데 10초가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숫자 7개를 5만번 적는 데는 5일 18시간 53분 20초가 걸리는 셈이다.
현지 네티즌들은 “어떤 사람이 10만위안씩 복권에 돈을 쓰느냐” “시간 여행자냐”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지 관영매체인 CCTV도 나서서 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이 당첨자는 “5년 넘게 콰이러8 복권을 사왔다”며 “일주일에 서너번씩 복권을 사고 형편이 좋아 복권을 사는데 수천에서 수만 위안씩 쓴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중국에선 경기 불황으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청년층이 늘면서 복권 판매율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복권 판매액은 4758억7600만 위안(약 86조2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복권이 인기를 끌자 판매업체도 덩달아 늘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신규 등록한 업체가 작년보다 38% 증가했다. 도심 번화가나 관광지에는 복권 자동판매기부터 미니 복권 판매기를 갖춘 택시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