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훙수 캡처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일부러 ‘무례한 복장(gross outfits)’을 입고 출근함으로써 직장 생활에 불만을 표출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6일 NYT에 따르면, 중국 젊은이들은 형광색 두툼한 패딩 점퍼, 무릎까지 오는 양말, 잠옷 등 ‘출근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을 경쟁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잠옷으로 보이는 회색 체크무늬 바지, 펑퍼짐한 갈색 원피스, 분홍색 상의, 갈색 어그부츠, 빨간색 장갑, 얼굴 전체를 감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여성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영상에서 상사가 자신의 이런 옷차림을 보고 “역겹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이 영상은 이날 기준 140만 번 이상 공유됐고, 여성을 향한 응원이 쏟아졌다. 1달 만에 73만6000개의 좋아요 수를 기록했고, 댓글 13만5000개가 달렸다. NYT는 “이 영상이 게재된 후 ‘직장 출근복’ 등의 해시태그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했으며, 웨이보에서는 이 주제의 글이 수억건 조회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켄도 S’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 올린 영상. /더우인

NYT는 “기존의 출근 복장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일수록 더 많은 호응을 얻는다”며 “중국 젊은층이 일종의 고의적인 ‘자기 비하’를 통해 적은 급여, 초과 근무가 잦은 생활에 불만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둔화로 기회가 줄어든 이들이 출세와 승진 등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해 저항한다는 것이다.

저장성 항저우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조안나 첸 씨는 노란색 긴 패딩을 입고 노년층이 즐겨신는 검은색 털신을 신는다. 그는 “상사로부터 옷 지적을 받았지만 그 요청을 무시했다”며 “코로나19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봉쇄, 격리 등으로 지쳤다. 승진과 출세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고 전했다.

상하이 의류 회사 직원 제시카 지앙 씨 역시 헝클어진 머리와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으로 근무한다. 그는 “출퇴근에만 한 시간 넘게 걸려 아침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자신의 일에 집중할 뿐, 아무도 내 옷차림에 관심이 없다”며 “일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샤오훙수 캡처

‘탕핑(躺平)’은 중국에서는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쳐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의미한다. 출근 복장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옷차림도 ‘탕핑’의 한 부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의 심리학자 샤오 슈에핑은 “시대가 변했다”며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포용적인 환경에서 자랐으며 자신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출근 복장은 ‘책임감 있는 항의’의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