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이 북적이는 도쿄 시부야 번화가.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현재 일본 경제 상황을 비통하게 표현한 탄식의 글이 일본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유나선생(ゆな先生)’이라는 필명의 일본 네티즌은 지난 12일 ‘X’(옛 트위터)에 ‘2024년의 일본’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주일만에 2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에서 필자는 지금의 일본인을 “오렌지주스조차 못 살 정도가 되어 감귤 혼합주스를 울면서 마시게 됐다”고 표현했다. 이어 “여성들은 해외 매춘을 너무 많이 나가 미국 입국 거부가 속출했고, 그러자 얼마전까지만해도 훨씬 가난했던 한국에 매춘을 나간다”고 했다.

한 일본인이 일본 현실에 대해 한탄한 글./X(구 트위터)

이어 필자는 자국 관광 산업에 대해서도 수출 부진과 연결해 부정적인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의 무역 수출 강국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고, 지금은 무역 적자가 수조 엔에 달해 수출할 것이 없다”며 “관광업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그리고 이름조차 모르는 나라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머리를 숙여 외화를 벌고 있다”고 적었다.

중국인들의 영역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 문제도 거론했다.

필자는 “도시 지역에서는 일본인이 중국인 주인에게 매달 아파트 임대료를 내고, 비싸서 부동산을 살 수 없다고 한탄하는 일본인 곁에서 중국인들은 싸다며 현금으로 아파트를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회인 중 상층부는 차례로 미국으로 탈출하고 있고, 한번 탈출한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기술력도 비판했다. 그는 “(일본은) Society 5.0이라는 허무한 수수께끼 같은 공상과 망상을 외치며 Industry 4.0은커녕 제3차 산업혁명조차 이루지 못한 것을 필사적으로 숨긴다”며 “정부나 민간 모두 팔 IT 기술이 없어서 뭔지도 모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자택에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나오는 한 일본 노인. 일본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한평생 성실하게 일했어도 은퇴 후 저축에만 의존해 생활해야 하는 세월이 길어진 탓에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노후 파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

필자는 “새로운 신약이 있어도 구제받을 젊은이들은 구제받지 못하고, 오늘도 노인들은 신나게 병원에 모여 연고를 받는다”며 “침대에는 그냥 누워 연명하는 80~90대 노인들이 누워있다. 그 노인의 연금을 노리는 60대 독신 아들이 가끔 병문안 온다”고 묘사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을 젊은 현역 세대가 부담하고 있어 그들은 돈이 없어 결혼율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동시에 출생률도 전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엔저 현상도 꼬집었다. 그는 “과거 영광의 시절에 쌓아둔 외화를 판매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며 “과거 세계인들이 갖고 싶어 했던 통화인 엔화는 ‘비상시 엔화’라는 별칭이 과거의 것이 되어 매일같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쇼와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오래된 기득권에 물든 기업과 조직의 노인들이 권력을 휘두르며 새로운 기술과 사고방식을 억압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은 그때쯤이면 이미 죽어 책임을 모면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서서히 삶의 온기를 앗아가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은 언젠가 외화가 바닥나면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없게 되어 황폐해진 사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예상하면서도, 그저 그 현실을 외면한 채 오늘도 아저씨에게 팬티 색깔을 물어보는 소녀 곁에서 귤즙을 마시고 있다”며 글을 맺었다.

이를 본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 현실을 잘 정리했다” “사실 이 글보다 일본 현실은 더 이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글은 최근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옮겨지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라는 반응이었다. “웃긴 건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알면서도 피할 수 없다는 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음 세대는 정말 미국 이민 밖에 답이 없을 거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