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당시 매클리시의 모습./ABC뉴스

미국에서 맨몸으로 등산에 나섰다가 실종된 30대 남성이 열흘 만에 산속에서 구조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에 따르면 이 소방국 소속 구조대는 지난 20일 저녁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빅베이슨 레드우즈 주립공원의 깊은 산 속에서 실종 신고된 남성 루카스 매클리시(34)를 찾아내 구조했다.

소방국은 “이전 며칠 동안 이 근방에서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지만, 그 위치를 찾지 못하다가 지역 보안관실에서 띄운 드론의 도움으로 매클리시의 위치를 찾아냈다”고 전했다.

매클리시는 지난 11일 오전 빅베이슨 레드우즈 주립공원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들렀다가 이 산에 멋진 화강암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홀로 등산에 나섰다. 그는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손전등과 접이식 가위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하지만 산에 들어간 그는 산불로 폐허가 된 넓은 지역에 들어섰고, 그곳에서 길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제가 고려하지 못한 것 중 하나였다”며 “화재로 그렇게 다 불타버리면 사막처럼 바뀌어 방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며칠간 산속을 헤매면서 그는 폭포수와 계곡물을 마시고 산딸기를 따 먹으며 버텼다고 했다. 그는 산속에 있던 열흘간 “물 다이어트를 했다”면서 “10일 만에 30파운드(13.6㎏)가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매일 1.5갤런(5.7리터)의 물을 마시면 (몸에 있는) 탄수화물이 다 소진될 때까지 음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날’인 지난 16일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가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문제가 생겼음을 인식하고 실종 신고를 했다.

등산 애호가인 매클리시는 조난 후 닷새째까지만 해도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나, 저체온증이 심해지고 바위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상처를 입는 등 생존의 어려움이 커지자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조난 후 8일째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열흘째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이게 신기루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내 셰퍼드 한 마리가 수풀을 뚫고 달려왔고, 관리인 한 명과 그의 아버지와 처남까지 따라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의 도움 요청을 들었고 캘리포니아 주립공원 팀이 구조 당일 오후 7시 30분쯤 처음으로 연락을 취했다.

이후 매클리시는 병원에서 밤을 보냈고, 큰 부상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위험한 길을 걸어왔지만 이건 그 자체로 경험이었다”며 “그다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