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여성 갑부의 이혼 소송이 점입가경이 되고 있다. 부부는 사업체 운영을 둘러싸고도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총격전으로까지 번졌다.
갈등의 두 주인공은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와일드베리스’의 창업자 타티야나 바칼추크(48)와 그의 남편 블라디슬라프로,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이혼 소송 중이다. 두 사람은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 최대 옥외광고 업체인 루스 아웃도어와 합병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블라디슬라프는 이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슬라프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사옥에 들어가려다 타티야나 측과 충돌을 일으키며 총격전이 발생했다.
18일(현지 시각)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맞은편에 있는 와일드베리스 사옥에서 발생했다. 블라디슬라프는 건장한 남성 여러 명과 함께 “새 창고 건설에 대한 협상을 하러 왔다”며 사옥을 찾았다.
그러나 타티야나가 고용한 경비원들이 로비에서 블라디슬라프 측을 막아서며 두 집단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결국 총격이 이어졌다. 경호원들이 언쟁을 벌이다 그 중 한명 이상이 총을 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경비원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을 찾았던 경찰관들도 부상을 입었다.
블라디슬라프는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을 찾았지만 경비원의 공격을 받아 동료가 1명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타티야나 측은 “블라디슬라프가 동반한 무장한 남성들이 먼저 총격을 가했고, 이로 인해 사옥 경비원들이 다쳤다”고 반박했다. 타티야나는 또한 성명을 통해 “애초에 협상 계획은 없었으며, 남편이 회사를 급습하려다 실패한 것”이라며 “남편은 회사 직원이 아니어서 이번 급습은 불법 침입”이라고 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RIC)는 이번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분쟁의 중심에 있는 타티야나는 결혼 전 성이 ‘김’인 고려인이다. 그는 육아 휴직 중이던 2004년 창업한 와일드베리스를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웠다.
와일드베리스의 지분 99%는 타티야나가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는 남편 소유다. 타티야나는 지난 7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블라디슬라프는 이혼의 대가로 와일드베리스의 지분 절반을 요구하고 있다. 와일드베리스는 작년에만 270억달러(약 35조8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으며, 타티야나의 자산은 81억달러(약 11조원)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