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바나나를 벽에 붙여놓은 작품이 미국 뉴욕 경매에서 620만달러(약 86억원7000만원)에 팔렸다.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이날 저녁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달러에 팔렸다. 구매자는 가상화폐 플랫폼 ‘TRON’ 창립자인 중국계 저스틴 선이다. 그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를 각각 한 개씩 받게 된다. 또한 바나나가 썩을 때마다 교체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와 진품 인증서를 받는다.
이번 경매에는 7명이 참여했다. ‘코미디언’의 경매 전 추정가격은 100만∼150만달러(약 14억∼약 21억원)였으나 이 예상은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깨졌다. 80만달러에서 시작한 입찰가는 20초도 지나지 않아 최고 추정가인 150만달러를 넘어섰다. 작품은 5분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예상 낙찰가의 6배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
이날 경매에 전시된 바나나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근처 과일 가판대에서 35센트(약 500원)에 산 브랜드 돌(Dole)의 제품이라고 NYT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가판 상인은 자신이 판매한 바나나가 원래 가격의 수천 배에 팔렸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NYT는 “수년간 미술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나나가 팔렸다”며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이 됐지만, 며칠 안에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홍콩에서 입찰에 참여한 저스틴 선은 성명에서 “(카텔란의 작품은) 예술, 밈,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현상을 나타낸다. 이 작품이 미래에 더 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역사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간, 이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일부로 바나나를 직접 먹어서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를 기릴 것”이라고 했다.
‘코미디언’은 카텔란이 2019년 미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풍자적 작품이다. 카텔란은 ‘코미디언’에 대해 “장난으로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평이자 성찰”이라고 했다. 당시 아트페어에서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 수백명이 보는 가운데 바나나를 벽에서 떼내 먹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품은 총 세 개의 에디션으로 구성됐으며 당시엔 각각 12만∼15만 달러(약 1억6000만∼2억1000만원)에 팔렸다. 한 점은 이후 구겐하임에 기증됐고 다른 두 점은 개인이 소장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의 이전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다.